수여선(水驪線)기차가 있었다. 수원과 여주를 잇던 기찻길인 수여선은 지난 1971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자 이듬 해 3월 운행이 중단됐다. 1930년에 미곡 수탈을 목적으로 개통된 수여선은 해방 후에는 학생들의 수학여행 단골 열차가 됐다. 수원은 물론이고 인근 학교의 학생들은 김밥과 삶은 계란을 싸들고 여주 영릉과 신륵사를 보기위해 기차여행을 했다. 지금은 수원에서 여주까지 한 시간 남짓한 거리지만 그때는 달랐다. 수여선을 놓은 조선경동철도회사는 7년 뒤인 1937년 수인선 철도를 개통한다. 수여선이 여주지역 쌀의 수탈로였다면 수인선은 일제강점기에 경기만의 소래(蘇萊)·남동(南洞)·군자(君子) 등의 염전지대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수탈로였다. 우리나라 마지막 협궤철도였던 수인선이 사라진 지도 올해로 만 15년이 됐다. 지난 시절 서로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비좁은 수인선 열차객실은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생생한 삶의 현장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기차가 커브를 도느라 속도를 늦춘 틈을 이용해 기차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무용담’은 수인선을 타고 통학하던 학생들에게 이젠 하나의 추억이 됐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1981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 소래염전이다. 열병(閱兵)을 하듯 줄지어 선 전봇대와 염전, 그리고 일본식 소금창고의 풍경은 향수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곳 소래포구에는 낡은 철교가 명물이 됐다. 소래와 월곶을 잇는 소래철교는 열차가 사라진 뒤에도 당시를 회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여행의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존치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인천 소래철교가 보존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사람은 결코 타락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과 그 풍경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추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래철교의 가치는 충분하다. 개발의 속도에 밀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살았는가. 그래도 새 것만 고집한다면 그 생각은 이미 낡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