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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혼소송에서 재결합까지

 

최근 가사재판과 관련해 법원에서는 판결에 우선해서 상담제도와 조정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언론사 기사에 따르면 민사조정법 시행 20주년을 맞는 현재, 법원의 실질 조정·화해율이 40%에 이르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990년 시행된 이례로 지난해 말 9만 8천여 건으로 9배나 많은 조정·화해 사건 수가 늘어난 것으로 대법원은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서울과 부산에 설치된 법원 조정센터도 자리를 잡아 서울조정센터의 경우 월 평균 300여건이 접수, 지난 7월의 경우 조정·화해 성공률은 39.6%를 기록했으며, 부산조정센터는 올해 들어 7월말 현재 646건을 접수해 587건을 처리해 55.6%로 절반을 넘어선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울고법 김병철 판사가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소속 민사담당판사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조정을 확대강화 해야 한다고 답해 긍정적 견해를 밝혔으며, 전국 법원의 조정담당 판사 5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64%(34명)의 판사들이 조정센터, 전문조정위원의 활동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민사조정법 시행 20주년을 맞이해 1일 기념학술대회를 개최하며, 그간 시행된 조정제도의 보완점과 개선 대책 등을 논의하고 조정제도 본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당사자들의 조정만족도를 높여갈 방침이라고 한다.

사실 가사재판의 조정이나 상담 현장에 있다 보면 갈등당사자들이 상대 배우자의 유책사유를 들어 이해관계를 획득 하고자 소송을 한 경우도 있겠으나, 사실관계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대부분은 결혼기간 내내 갈등의 원인을 당사자들이 해결하지 못해 결국 법원으로 오게 된 것이다. 갈등 당사자들을 만나다 보면 부부관계든 가족관계든 ‘소통’되지 못한 심리적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시기를 놓쳤거나, 혹은 모르거나 아니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것으로 정리된다. 지난주 필자가 맡은 한 쌍의 부부는 이미 다른 상담위원으로부터 10여 차례가 넘게 상담을 진행해온 사례였는데 부부모두 이혼을 해야겠다고 소송을 낸 상태이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이혼은 아이에게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줄 것이라는 것에도 마음을 두고 있었다. ‘아이를 위해서는 이혼 보다는 다시 함께 살아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조금은 하지만 실상 1년이 다 돼 가는 별거 기간도 그렇고 그간의 마음의 상처와 골이 깊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내게 왔다.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갈등으로 느꼈던 사안 하나하나를 점검해 나가다 보니, 어떤 것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풀려 그 자리에서 서로 미안하다는 말로 정리가 됐으며, 어떤 것은 그 부부가 갖고 있는 사회관이나, 가치관이 사회보편적인 흐름이나 사고와 거리가 있으므로 해서 오는 갈등도 있었다.

이럴 경우 본의 아니게 상담이나 조정 중에 간단하게 사회변화나 제도의 변화에 대한 ‘강의’가 이어진다. 이해의 폭이 넓어진 부부는 갈등으로 안고 있던 자신의 틀을 깨고 새로운 사회변화와 제도에 대한 장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겹겹이 쌓인 갈등의 문을 열다 보면 남는 것은 ‘그러면 이제 무엇을 어떻해야 하나?,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라는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이 부부들이 선택한 것은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시작 할 때부터 했어야 할 내용을 알게 됐다. 내용인즉 ‘시댁으로부터 심리적, 경제적으로 온전한 독립을 하는 것’을 목표로 재결합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결론적으로 생물학적인 나이는 40을 바라보는데 실제 40세에 걸맞는 심리적, 경제적 자립이 이뤄지지 않아 생겼던 것으로 ‘자립적이지 못한 태도’가 빚은 마음의 골은 엉뚱하게 배우자와 가족들을 돌아다니며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부부는 두 쪽의 ‘조정합의문’을 통해 생활의 세세한 부분 까지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적어 넣었다.

적어도 내가 이렇게 두 부부를 위해 이틀에 걸쳐 열심히 상담과 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법원의 제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갈등상황에 놓여 있는 많은 이들이 제도의 해택을 받고 있으며 그들의 생활과 삶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중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제도의 혜택은 일부가 아니라 이혼하려 마음먹은 모든 이들이 받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보편적인 복지의 확장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며 우리사회가 보다 성숙한 단계로 접어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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