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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바우덕이 축제

안성은 미륵의 고장이다. 대표적인 미륵불로는 삼죽면 기솔리의 쌍미륵과 국사봉에 있는 일명 ‘궁예미륵’, 그리고 죽산면 매산리의 태평미륵을 꼽을 수가 있다. 굳건하면서도 친근한 미륵불 때문인지는 몰라도 안성엘 가면 왠지 ‘민중의 힘’이 느껴진다. 스스로를 미륵이라 칭했다던 궁예의 전설이 그렇고, 임꺽정과 관련한 칠장사, 장길산과 관련한 청룡사 설화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민초들의 삶은 안성지방에 남사당(男寺黨)이란 독특한 민중문화를 낳았다.

안성 남사당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청룡사다. 서운산 자락에 자리잡은 청룡사는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으로 유명해졌다. 고려 공민왕 때 나옹(懶翁)선사가 이곳을 지나면서 ‘지혜의 해가 거듭 나고 자비의 구름이 광채를 냄에 신비한 징조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절에서 하루를 묵게 되는데 과연 꽃비가 내리고 상서로운 구름이 일면서 용이 오르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에 절에 주석(駐錫)하게 된 나옹은 산 이름을 ‘서운(瑞雲)’, 그리고 절 이름을 ‘청룡(靑龍)’이라 고쳐 불렀다. 황석영의 소설엔 청룡사를 근거지로 한 남사당패와 장길산이 연합해 가는 과정이 묘사돼 있다. 양반사회에서 천대 받던 남사당패는 마을출입조차 수월치가 않았다. 밤새워 공연을 해도 겨우 먹을 것과 잠자리 제공이 전부였다. 갈 곳이 마땅찮았던 남사당패는 겨울이 되면 청룡사로 모여들어 겨울을 났다. 안성포도의 본고장인 서운면경계로 들어서 청룡사 가는 길로 방향을 잡으면 청룡저수지 못미처 고갯길 초입에 바우덕이(1848~1870) 묘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불과 열여섯에 여자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성 남사당패의 꼭두쇠가 된 바우덕이는 경복궁 중건 때 공연으로 일꾼들의 신명을 북돋웠다. 이에 흥선대원군은 안성남사당패에 정삼품 당상관의 벼슬을 내렸다고 전할만큼 바우덕이패는 명성이 높았다. 불과 스물 세 살로 불꽃같은 삶을 마감한 바우덕이를 기리는 축제가 안성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 대중연예의 선구자격인 바우덕이에 대한 재평가로 안성이 민중예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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