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 500년을 둘러싼 수수께끼에 대한 논란이 점화된 것은 다름 아닌 지난해 성남·광주·하남시의 통합시 논의가 불붙던 무렵이었다. 통합시의 정체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하남 위례성’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간 하남시와 재야 사학계를 중심으로 하남시 춘궁동 일대가 ‘하남 위례성’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서울 송파구 일대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이 하남위례성의 주성(主城)이라는 사학계의 입장으로 인해 정설로 인정받지 못해 왔다.
그러나 하남시는 꾸준히 하남 위례성의 역사찾기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더군다나 통합대상인 성남과 광주 등도 시발행 책자나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하남 위례성이 하남시 춘궁동 일대라는 입장을 지지해 왔다. 통합시가 삼국시대 500년간 한강유역을 지배했던 한성백제의 수도였음이 증명될 경우 통합시의 역사적 정체성 정립에 결정적 공헌을 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었다.
백제의 도읍지인 하남 위례성의 정확한 위치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크게 천안 위례성, 하남시 춘궁리일대, 몽촌토성, 풍납토성 등이며 제각각 지역별로 역사적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남시의 주장과는 달리 서울 송파갑이 지역구인 당시 맹형규 국회의원은 ‘(가칭)백제 하남위례성 특별조치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남시가 하남 위례성이 춘궁리 일대라는 것에 쐐기라도 박을듯 한강옛길과 문화유적 탐사길을 등산로와 연계한 둘레길인 ‘위례길’이라고 이름 붙이고 내년 10월까지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제 하남 위례성이란 옛 지명의 역사적 유래를 담은 길’을 뜻하는 위례길은 19억원을 투입해 3개 코스에 전체 길이 47㎞로 조성한다. 자치단체마다 너도나도 올레길을 답습하는 상황에서 하남시가 역사적 입장을 주민들과 이용객들에게 고착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올레길을 마다하고 ‘위례길’ 이란 표현을 쓴 것은 온당한 조치라고 본다. ‘제주올레’의 상징인 ‘간세’는 제주어로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간세다리’에서 유래한 말로 천천히 여유 있게 여행과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