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이 내년 1학기 신입생부터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30개 대학을 선별해 명단을 7일 공개했다. 학자금 대출제도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는 교과부가 전국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345개교를 대상으로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등 교육여건과 성과지표를 평가한 결과로 제한대출그룹 24개교와 최소대출그룹 6개교를 지정했다.
교육당국이 상대적으로 교육의 질이 낮은 대학 명단을 직접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든다. 이번 조치는 해묵은 난제인 부실대학 구조조정 작업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 재정의 건전성 여부를 먼저 따지고 이에 맞는 제재를 가하는 것이 순서다. 물론 교육의 질을 위한 교수진의 적정성 여부도 엄정하게 가려야 한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학자금을 볼모로 잡겠다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뿐 대학의 구조조정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누구나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학업성취도와 적성에 따라 대학을 결정하게 된다.
교과부는 이번 명단 공개를 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함으로써 교육의 질과 대출상환율을 높이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또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 해당 대학의 재정상태를 사전에 정확히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수시모집 전에 명단 공개가 불가피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의 이런 조치가 기존의 재학생이 겪어야 할 인격적인 상실감을 생각해 보기나 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이건 단순히 대학 구조조정을 떠나 인격적인 문제다.
서류상 학교의 설립요건만 따졌지, 세부적인 자격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우후죽순격으로 대학설립을 허가해 놓고 학생들을 볼모로 하는 것은 옹졸한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번에 지정된 대학 가운데는 나름대로 특성화된 학과도 있을 것이고, 이를 보고 선택한 학생들도 있을 줄로 안다.
그럼에도 교과부가 획일적으로 ‘낙인’을 찍어 버린다면 이런 선의의 학생들은 자괴감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왜 앞뒤 생각도 없이 학생들을 부끄럽게 만드는가. 정녕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만들 생각이 아니고서는 생각이 너무 짧았다.
고위층 자녀에 대한 특혜시비로 가뜩이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무는 요즘이다. 교과부의 심사숙고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