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위기십결(圍棋十訣)’이란 것이 있다. 당나라 현종 때 왕적신(王積薪)이 지은 바둑을 둘 때 명심해야 할 열 가지 요결(要訣)로 현재까지도 기계(棋界)는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한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위기십결’ 중 첫 번째가 ‘부득탐승(不得貪勝)’이고, 세 번째가 ‘공피고아(攻彼顧我)’다.
‘부득탐승’은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가 없다’는 것으로 탐욕을 버리라는 뜻이고, ‘공피고아’는 ‘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 나의 약점을 먼저 살펴보라’는 뜻이다.
진(晉)나라의 문공(文公)은 나라 밖으로 나가 제후들을 모아 위(魏)나라를 정벌하려고 했다.
그때 공자 서(鋤)가 하늘을 보며 크게 웃었다. 이를 본 문공이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웃는 것이오?” 공자가 대답했다. “신이 웃는 것은 이웃 사람이 생각나서 입니다.
그는 아내가 처가로 가는 것을 배웅하다가, 길에서 뽕잎을 따던 예쁜 여자를 보고(道見桑婦) 혹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아내를 돌아보니 그 아내 역시 손짓하여 부르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문공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위나라를 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어느 날 번화한 저잣거리의 금은방에 한 젊은이가 들어섰다. 물건을 구경 하던 중 갑자기 금덩어리를 움켜쥔 젊은이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벌건 대낮에 사람들로 붐벼 그 젊은이는 금방 붙잡히고 말았다.
취조하던 관리가 물었다. “네 어찌 잡힐 것이 빤한데 도둑질을 했던고?”
젊은이의 대답인 즉, “금을 움켜잡는 순간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더이다.(獲金者 不見人)” 이상은 열자(列子) 설부편(說符編)에 나오는 이야기다. ‘
도견상부’ 고사(故事)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남도 할 수 있다는 비유를 담고 있다. 아울러 예나 지금이나 경계하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탐욕이다.
최근 줄줄이 낙마한 인사들도 따지고 보면 탐욕이 화근이 됐다.
‘자신의 흠을 숨기고 남의 흠만 찾아내려 들면 더욱 더 마음이 흐려져 언제나 해로운 마음을 품게 된다.’ 법구경(法句經)에 나오는 말로 이 역시 탐욕에 대한 경계를 이르고 있다. 삼가고 삼갈 일이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