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란 정시에 일정한 장소에 출근해 일정한 시간동안 일을 하는 정형화된 근무 제도에서 탈피, 신축적으로 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유연 출·퇴근제는 핵심 근무 시간을 제외하고는 편리한 시간에 근무하는 형태이며, 재택근무제는 아예 회사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하나의 일자리를 두 사람 이상이 나눠 근무하는 일자리 공유제, 1일 근무 시간을 늘리는 대신 추가 휴일을 갖는 집중근무제, 근무자가 원하는 일정 기간 근무 시간을 줄이는 한시적 시간근무제 등이 있다.
언뜻 들으면 참으로 바람직한 제도로 보인다. 내가 편리한 시간에 근무를 하고, 집에서 근무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은 매일 틀에 박힌 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많은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유연근무제도는 근로자들의 사기 진작, 기업 이미지와 생산성 제고, 스트레스와 사고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지난 7월부터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참여율은 극히 저조한 상황이란다.(본보 8일자 8면)
경기도의 경우 ‘유연 근무제’를 신청한 경기도청 공무원은 3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의 경우는 한명도 없고 다른 지자체 역시 같은 실정이라고 한다. 관공서 내부에서는 민간기업처럼 여전히 유연근무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조직의 단결을 깨뜨릴 거라는 우려가 팽배한 것이다. 여기에 관행화된 야근, 상사 눈치 보기 등으로 실제 이를 활용하는 사람은 극히 저조하다. 눈치 보기가 아니라도 사실 공무원들은 유연근무가 어렵다. 지난겨울 폭설이 내렸을 때 공무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여직원들까지 제설작업에 매달렸으며 이번 태풍 때도 현장으로 뛰어 다녔다.
중앙부처와는 달리 동주민센터 등 말단 조직으로 내려갈수록 공무원들은 온갖 잡무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 유연근무제는 시행이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유연근무제는 자칫 잘못하면 일자리의 안정성을 무너뜨려, 반쪽자리 임금의 반쪽자리 일자리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육아를 핑계로 여성을 정규직에서 소외시킬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제도의 자율적인 추진과, 시행자의 불이익을 최대로 줄이는 확실한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연근무제보다는 먼저 공조직의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연한 공직문화가 우선 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