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의혹이 꼬리를 문다’는 말이 실감나는 때도 드물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 딸의 특혜채용 논란으로 촉발된 이번 특채비리 의혹은 전윤철 전 감사원장 딸에 이르기까지 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을 것만 같더니 급기야 부천시로 옮겨 붙었다.
중앙부처에서 지자체로 확산된 셈으로 산하기관 직원들의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부천시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고 나선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부천시에 시설관리공단과 부천문화재단의 채용과 관련된 일체의 자료를 요구하며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앞서 부천시는 지난달 말부터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 시설관리공단과 문화재단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여 시설관리공단 직원 150여명 가운데 24명이 지역 유력 인사의 친인척인 사실을 확인했다. 시설관리공단과 함께 특혜채용 비리의혹을 받는 부천문화재단에는 전체 160여명의 직원 가운데 40여명이 전 시장의 친인척과 공무원 자제, 또는 시의원 자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디 부천시 뿐 이겠는가. 대부분의 지자체가 부천시와 마찬가지로 상당수의 산하기관을 거느리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특혜채용 비리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속담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제 식구 챙기기’차원의 비리가 있었다고 한 번 쯤 의심해 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2010년 8월 15일 이후 ‘공정한 사회’라는 말이 철철 넘쳐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연설하고 난 후부터다.
이처럼 ‘공정한 사회’가 대한민국의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교부의 몰염치에 가까운 특혜 비리는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그게 또 외교부 뿐이겠는가. 외교부가 지난 2003년 11월부터 올 7월까지 자체 특별채용한 직원만 610여 명이다.
정부 전체로 볼 때 각 부처에서 2008년과 2009년에 특채한 5급 공무원만 각각 128명, 102명이다. 이들 가운데 특혜로 합격한 경우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이번 부천시의 특채비리도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엄정한 전방위 사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말로만 ‘공정한 사회’를 외친다면, 그로 인해 청년실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준다면, 이는 한낱 포퓰리즘의 도구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