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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디지털 유목민

쿤타킨테는 미국의 흑인 소설가 알렉스 헤일리(1921~1992)가 1976년에 발표한 소설 ‘뿌리(Roots)’의 주인공이다.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쿤타킨테는 17세때 북을 만들 나무를 구하러 숲속에 들어갔다 갑자기 나타난 백인들의 공격을 받고 노예로 팔려간다. 이렇게 노예로 미국땅을 밟은 쿤타킨테는 7대손인 알렉스 헤일리에 의해 뿌리가 밝혀진다.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과 팝스타 마돈나, 그리고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관계는 무엇일까. 최근 미국 거주 한인 정보사이트인 유코피아가 전한 바에 따르면 힐러리는 마돈나의 10촌 언니, 졸리에게는 9촌 뻘이 된다고 한다. 지난 2007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힐러리를 아낌없이 지원한 마돈나에게 관심을 둔 족보학자 윌리엄 아담스는 두 사람이 친척관계임을 알아냈다. 촌수로는 정확히 10촌이다. 두 사람의 조상은 17세기 캐나다 퀘벡으로 이주한 프랑스인이었다. 힐러리는 졸리와 9촌간이며 가수 셀린 디온과도 혈육관계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아가는 유목민(nomade)의 문화를 현대인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만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정주민이 아닌 유목민의 입장에서 인류의 미래를 성찰한 아탈리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학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고등학교도 ‘글로벌 리더’를 강조한다. 21세기를 ‘디지털 유목민’의 시대로 본다면 곧 들이닥칠 ‘미래의 물결’임에 틀림이 없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급속히 다문화와 핵가족화 되면서 친족 간에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명절을 중요시하고, 고향을 찾아 차례를 지내며 혈연관계를 다졌던 고유의 아름다운 풍습도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뿌리고, 고향이고 그저 케케묵은 이야기로 남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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