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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65억분의 1

‘골프황제 or 밤의황제’
부부간 서로 보듬어야

 

골프 황제 타이거우즈가 “당신이 어떤 이유로 시합에 집중 할 수 있느냐?” 우승할 때 마다 기자들이 몰려와서 질문을 하면

숨도 안 쉬고 대답하기를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그네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힘이 솟는다고…”라며 가정의 중요성을 역설(逆說)했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거룩하게 느껴졌다. 엄청나게 번 돈을 젊은이가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가정만 생각하다니 기특했다.

나의 허접스러웠던 청춘을 반성하면서 “정말 우즈는 우승할 수 밖에 없구나. Good bless you- 하느님이여 우즈를 보호하소서…”.

그러나 밤의 황제로 알려진 후 슬며시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성인군자 인체 한 것이 밉기는 했지만 관계한 여자가 한 명에서 두 명…, 그리고 나중에 13명까지 숫자가 올라가자 이건 지나치다는 생각과 함께 아버지가 위독해서 생사의 기로에 왔다 갔다 할때도, 육림(肉林)에 빠져있었다니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부모상을 당해도 눈물보이는 것이 싫어 선글라스 끼고 묵념(默念)하는 서양 사람들이니….

우리들의 풍습을 그네들에게 절대 강요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입맛이 씁쓸해 졌다.

특히 황제의 사모님께서는 오죽했으면 흉기와 다를바 없는 골프채로…, 안쓰러운 생각과 함께 헤어질 때 위자료는 얼마나 될까 하는 속물근성이 발동했다.

한참이나 모두들 우즈 엽색 활동에 흉을 봤는데 70을 넘긴 인생의 대선배 한 분이 “우즈 그 친구 양반이다. 결혼한 지 5년 만에 열세명 이라니, 일년에 두 번…”

“내가 한참 젊었을 때에는…”. 이렇게 시작하면서 얼굴은 아연 활기를 띄면서 무용담을 늘어놓으시는데, 당시에는 남자란 이유 하나만으로 특권이 인정되던 시대이고 보면…, 세월의 뒤안길에서 남의 이야기처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담대(膽大)함이 부럽기도 했다.

(요즘 어느 정치인이 사용하는 담대함 보다는 휠씬 인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시다 시피, 그 뒤 엄청난 돈을 주고 받고 갈라진 후 위자료를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換算)하느라 모두 바빴다. 그런 부부가 있는가 하면, 시인 천상병과 부인 목순옥 여사. 이제는 모두 고인이 된 부부의 금세기 마지막 사랑이야기!

아시다시피 천 시인(詩人)은 돈을 모르는 순수한 분이다.하루에도 몇 번씩 예쁘다. 고맙다. 좋다. 평소 아내에게 세 가지 함께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가끔 따로따로 예쁘다. 좋다. 고맙다. 할 수 있지만, 아내에게 이 세 가지 모두 엮어서 찬사를 보낸 사람은 아마도 드물거다.

그녀의 나이 서른여섯에 결혼을 한다. 천 시인과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오빠의 친구였다.

필화사건(筆禍事件)으로 우는 아이도 딱 그치게 만드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혹독한 고문을 당한 후 거리를 방황하다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 목여사가 정성껏 수발을 들고, 그런 뒤에 결혼을 했다. 솔직히 현실적인 거래(?)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밑지는 장사!

좀 과년한 나이이지만 처녀의 몸으로 마흔 넷의 반신불수의 폐인에 가까운 사람에게 시집을 가다니…, 아이도 갖지 못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 하느님이 천 시인에게 인생 최대의 복권을 주신 것이다.

부부는 항상 서로를 마주보는 거울이라고 했다. 상대방의 얼굴과 또 다른 나의 얼굴, 이것이 사랑인가 보다.

추석명절이 지나갔다. 매년 그렇듯 이 시기에는 선물과 제사 등 사람도리 하느라 신경 쓸 일이 많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피곤하다. 추석 전후는 자갈밭 밑에 도처에 지뢰가 있다. 이럴수록 65억 인구에 딱 한명, 무촌의 관계가 부부, 부부는 항상 서로 마주보는 거울, 서로 보듬을 수 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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