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유치를 위해 미국을 방문중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멘스사와 1억 달러의 투자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도지사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현지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통상적인 발언보다는 대권주자로서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 지사는 “CEO(최고경영자) 리더십 만으로 바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CEO 리더십은 국가의 리더십이 아닌 기업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누구를 겨냥해 한 발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누비며 세계 굴지의 기업, 국가와 총성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국내 유수 기업 CEO들의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핀잔을 피해가기 어려울 듯 하다.
국가경영에서의 CEO 리더십 한계론을 강조한 김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기업인 출신인 이 대통령의 CEO 리더십 한계를 지적하며 대립각을 세운 것이란 성급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김 지사는 자신이 추진해 온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한-중 해저터널이 정부안에 포함되면서 정치 행보에 적지 않은 힘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특히 김 지사는 차기 대권후보 지지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지도가 급상승 하는 등 그 어느때 보다도 대권 후보로서 탄력을 받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김 지사를 당 회의에 참석시켜 대권후보로 띄우기 위한 방안이 추진되면서 김 지사 캠프측은 요즘 주체할 수 없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김 지사가 넘어야 할 산은 한 두 개가 아니다. 6·2 지방선거 당선증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도지사 임기를 그만둬야 할 시기를 저울질 해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 점이다. 이는 지방선거 당시 야당 후보와 유권자들에 도지사 임기를 채우겠다고 한 약속을 스스로 파기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여소야대 형국의 도의회에서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도지사는 아무일도 할 수 없다. GTX와 4대강 사업도 도의회 야당이 특위를 구성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장 경인지역 방송국 개국에 따라 10억원이 넘는 홍보예산을 책정해 도의회에 심의를 요청해 놓은 상태지만 통과여부가 불투명하다. 김 지사의 도를 넘는 듯한 중앙 언론 지향적이라는 지역의 좋지 않은 여론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미지수다.
정치적 고향인 지역을 외면하고 중앙만 지향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점 김 지사 측근들이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