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제294회 본회의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됐다. 사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문제는 박정희 정부 이후 매 정부마다 지방행정체제개편을 시도했다.
즉, 노무현 정부 시절인 제17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포함된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지방행정체개편 문제가 본격 논의됐다.
그러나 당시 여당과 야당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지방행정체개편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해체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도 지방행정체제개편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도 이명박 정부가 끝나가는 19대 국회로 그 결정이 넘어가게 됐다.
어떻게 보면 18대 국회는 뜨거운 감자를 자신들이 만지지 않고, 19대 국회로 넘긴 것이다. 그것은 국민에게 진정으로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
이렇게 지방행정체제개편의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임에도 왜 이렇게 수 십년에 걸쳐 논의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지방행정체제가 비능률적이고 비민주적이며, 대한민국 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방행정체제개편을 거론하는 것일까? 또 그것도 아니면 정치권이 진심으로 지방자치의 본질적 가치인 자치와 분권을 제대로 멋지게 하기 위해서 통폐합하려고 하는 것일까?
만약 지방행정체제개편이 지방자치제의 중요 가치인 자치와 분권을 포함하는 풀뿌리민주주의 실현과 함께 그 가치를 좀더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이뤄진다면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 간의 갈등이 생길 일도 없고, 아마도 모두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지방행정체제개편 방향이 풀뿌리민주주의 가치도, 풀뿌리민주주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수단도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미국이나 영국 등과 달리 시민의 피땀으로 얻어낸 민주화의 결과물이었다.
즉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주된 이슈는 대통령직선제와 지방자치제의 실현이었고, 그 노력의 결과 제6공화국 헌법에 지방자치제의 실시가 명문화 됐으며, 김영삼 정부 시절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돈을 아끼고 절약하는 행정의 능률성보다는 민주성과 효과성의 가치를 적극 실현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지방행정체제개편이 행정의 민주적 가치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한 일들일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의 모습을 보자. 지금 제주특별자치도민들 사이에서는 과거처럼 4개의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환원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주된 이슈로 부각됐다. 이것은 왜 그럴까? 아마도 주민들의 참여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내 지역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풀뿌리민주주의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일부 시민들은 말한다. 지방행정구역이 통폐합 될 경우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그린벨트가 풀리며, 예산도 절약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파트 가격 올리고, 그린벨트 풀기 위해서, 지방자치제를 하는 것은 아닌지 않은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치행정구역이 통합될 경우 풀뿌리민주주의가 더 잘될 것이라는 말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방행정체제개편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제 실시의 본질적 가치인 자치와 분권의 가치가 포함된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먼저 국가사무 가운데 지방사무를 움켜쥐지 말고 지방정부에 적극 이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시 우월한 정치권력과 지역의 힘에 의해서 비합리적으로 이뤄진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구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 위원회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뜻 보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의 시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참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
그것만이 지방자치제의 본질적 가치를 한없이 키워 나가는 것이요, 국가발전의 핵심적이고 창조적 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