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침팬지다. ‘침팬지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이 침팬지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계곡으로 들어간 때는 지난 1960년으로 그녀 나이 스물여섯 살 되던 해였다. 당시 그녀는 과학연구에 대한 어떤 훈련도, 대학교육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구달은 그 어떤 과학적인 선입견에도 물들 지 않은 채 야생 그대로의 침팬지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침팬지도 흰개미를 잡아먹기 위해 나뭇가지와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도, 원시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침팬지들이 무리를 지어 전쟁을 한다는 것도, 심지어 고아를 입양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것도 구달이었다. “지금의 결정이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아는 것이 지혜 인데, 인간은 지금 지혜와 단절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지난달 2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구달은 세계적인 환경재앙의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침팬지들의 어머니’에서 ‘생명사랑의 전도사’로 영역을 넓힌 구달의 이번 방한은 자신의 저서 ‘희망의 자연’ 출간에 맞춰 이뤄졌다.
‘오래된 미래’로 유명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라는 여성이 있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라다크는 서부 히말라야의 대자연 속에 깃든 ‘리틀 티베트’라 불리는 곳이다. 척박한 환경에도 라다크는 검소한 생활과 협동, 그리고 무엇보다 깊은 생태적인 지혜를 통해 천년 넘게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왔다. 그러한 사회에 서구적 개발이 시작되고 환경파괴와 사회적 분열이 생겨났다.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는 부제가 붙은 ‘오래된 미래’는 스웨덴 출신의 여성학자인 그녀가 1975년 라다크에 들어가 16년 간에 걸친 현지체험에 기초를 둔 책이다. 학계에서는 구달을 두고 “그녀에게 빚지지 않은 현존 생물학자가 없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래서인지 “생물 다양성의 표본인 비무장지대(DMZ)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구달의 말은 또 하나의 ‘오래된 미래’처럼 들린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