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비롯한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요즘에는 ‘삼겹살로 상추를 싸서 먹는다’라든지 ‘상추 리필을 요청하면 차라리 고기를 더 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지리산 둘레길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부가 “지리산에서 곱게 키운 배추 택배로 보낼까 합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산지 가격으로 보내드려요. 해발 450m 이상에서 자란 맛있는 배추를 택배로 보내 드립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이어지는 글이다. “여기서는 도매상들이 배추를 사가는 금액이 한 포기 1천원, 그럼 나머지 1만4천원은 누가 먹는 거죠. 배추값이 오른 건 맞지만 왜 다른 사람들 주머니만 채울까요” 이 농부의 글은 일파만파로 인터넷을 타고 퍼지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오른 배추가격, 하지만 정작 농민들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당국은 국민들에게 욕을 먹어도 한참 먹어야 한다. 누가 이런 현실을 납득할 수 있을까? 산지에서 1천원하는 배추가 소비자에게는 1만4천원이 더해져 1만 5천원에 팔리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 물가와 농정을 담당하는 정부 관리들은 모두 옷을 벗어야 마땅하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겠다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다. 어떤 자들에 의해 어떠한 거래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족하기 때문에 수입해 오겠다는 발상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이는 우리나라 농업·유통시스템이 낙후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밭떼기’ 유통업자들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날씨로 인해 파종 당시 계약과는 달리 실제로 수확한 배추는 3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통업자들만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생산하는 농민들과 도시의 소비자들은 농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추값이 비싸다고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고 농민들이 더 많은 배추를 경작하게 되면 또 다른 배추 파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한다. 실제로 배추 묘종은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비싸게 팔렸다는데 이는 농민들이 배추를 더 많이 심었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산물 폭등·폭락 사태가 어디 한두 번이었겠는가 마는 올해 같은 채소값 폭등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정부가 농업정책을 개혁하고 유통구조도 정부에서 직접 관여해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