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먹고 잘사는 법’을 모토로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뒤흔들었던 ‘웰빙(weii-being)은 지고, 이젠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가 대세다. ‘로하스’란 ‘건강과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미국의 내추럴 마케팅 연구소가 2000년에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웰빙족과 로하스족은 건강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나 로하스는 개인적인 웰빙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웰빙까지 고려한 소비패턴을 추구한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로마 방향으로 한 시간 반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르비에토(Orvieto)’는 해발고도 195m인 바위산 위에 갈색의 고성으로 둘러싸여 마치 시간이 멈춘 중세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이곳을 가려면 ‘후니쿨레어(Funicolare)’라는 협궤열차를 타고 10분쯤 올라가야 한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오르비에토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슬로시티 운동’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10월 오르비에토와 인근의 그레베, 브라, 포스타노 등 이탈리아 중북부의 작은 마을들이 세계를 향해 ‘느리게 살자’고 호소했다. 당시 그레베 시장이었던 파울로 사투르니니가 제안한 이 운동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처음 슬로시티의 아이디어는 패스트푸드에서 벗어나 지역요리의 중요성을 재발견하자는 ‘슬로푸드’에서 시작됐다. 달팽이를 로고로 한 슬로시티는 인구 5만명 이하로 대형 마트와 패스트 푸드가 없어야 한다. 현재 19개국 125개 회원 타운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말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신안군 증도와 완도군 청산도, 장흥군 유치면과 담양군 창평면이 가입한 것을 비롯 하동군 악양면과 예산군 대흥면 등 6개의 슬로시티가 있다.
굳이 ‘느림의 미학’이란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적인 ‘느리게 살기’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올레길이니, 또는 둘레길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잠시 여유를 갖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자는 의미다. 벌써 10월이다. 올 가을엔 한적한 길을 따라 속도에 밀리지 않는 느림의 작은 실천을 배워보면 어떨까.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