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서 가물거릴지는 몰라도 새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손학규씨는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그것도 두번 도전끝에 이뤄낸 쾌거였다. 수 년 전 도지사 선거전을 치루는 바쁜 일정속에서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두루 챙겨주던 푸근한 품성의 그에 대한 기억이 아른거린다.
그때 그가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경기지사에서 물러난 뒤 대권 도전을 노렸지만, 지난 2007년 3월 대선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 한나라당의 한계를 지적하며 탈당을 결행, 정치인생의 최대 전환점을 맞게 된다. 야당의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정치인생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일 오후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민주당 대표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선 인사가 아무 거침 없이 쏟아졌다. “10월 3일은 민주당이 수권의지를 확인하는 날이 될 것이다”, “잃어버린 600만표를 되찾아 서민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다”. 손 신임 대표는 사실 전국을 순회하는 선거 기간동안 차기 대권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구 여권의 대권 레이스에 합류, 민심의 우위에 기댄 대세론으로 바람몰이에 나섰으나 취약한 조직 기반에 발목이 잡히면서 정동영 최고위원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줘야 했다. 손 대표는 70년대 서울대 재학 중 반독재 투쟁을 했던 재야 운동권 출신이다. 그를 정계로 이끈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지난 1993년 광명 보궐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뒤 광명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당내 소장개혁파의 리더로 당 대변인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200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로 당선되면서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랐다. 손 대표는 선거 기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전력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당내 개혁으로 수권정당을 만들겠다는 그의 야심찬 도전이 주목된다. 당내에 그를 따르는 정치인들은 그의 진정성과 가족처럼 돌봐주는 동지애에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그들이 당내에서 힘을 받게됐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