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배추값 폭등 원인으로 중간유통을 꼽았다. 임 실장은 지난 3일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추를 대량으로 사재기를 하는 유통업자가 있다”며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배추 중간유통’을 거론했다고 한다. 이는 최근 배추 소비자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산지 가격은 여전히 포기당 1천 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임 실장은 “농민들이 밭떼기와 차떼기 등으로 배추를 공급하는데도 배추가 시장에 나오지 않아 가격이 올랐다”며 최근 배추 가격의 이상 급등 현상의 주요인으로 기후가 아닌 인위적인 사재기를 지적했다. 공자는 경제적 이득의 문제와 관련해 ‘견리사의(見利思義)’, 즉 ‘이(利)를 추구함에 있어 반드시 의(義)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이익을 쫓는데 의로움이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견리사의’ 사상이 유상(儒商)의 기본철학이 됐다. 14억 중국인들이 가장 위대한 상인으로 꼽는 호설암(胡雪巖,1823~1885)은 루쉰(魯迅)마저도 “봉건사회의 마지막 위대한 상인”이라고 극찬했던 인물이다.
당시 청나라 황실의 1년 수입이 8천만 냥에서 1억 냥이었는데 그의 재산이 국토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해서 ‘반벽강산(半壁江山)’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 개성상인이 있듯 중국에는 휘주상인이, 일본에는 오사카 상인이 있다. 호설암은 유상의 전통이 강한 휘주상인이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그가 세운 중국 제일의 중약호인 호경여당에 걸린 ‘계기(戒欺)’라는 편액에서 읽을 수 있다. ‘계기’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설암은 “상인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칼날에 묻은 피도 핥아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다.
그러나 남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남을 배신하거나, 국법과 규율을 어기면서까지 재물을 탐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앞서 임 실장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장사에도 ‘상도(商道)’가 있는 법인데 이익에 눈이 멀어 의롭지 못하다면 어찌 진정한 상인이라 하겠는가.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