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모든 것을 피폐화 시켰다.
그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은 것은 먹을거리였다. 굼주림은 견뎌내기 힘든 전쟁의 큰 후유증이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먹거리 만큼은 여유가 있었던 곳이 의정부다. 지난 1963년 양주군 의정부읍에서 의정부시로 승격됐다.
이 곳에는 당시 미군부대 8곳이 주둔하고 있었고 미군병력만 2천여명에 이르렀다. 이때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햄과 소시지를 얻어다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전통재료인 김치와 고추장, 떡, 신선한 야채 등을 넣어 이른바 퓨전음식인 부대찌개가 탄생했다.
당시에는 미국 대통령인 린든 B. 존슨의 성을 따서 ‘존슨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의정부 일대에 부대찌개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1960년대초 당시 양주군청 옆 골목일대에 전문식당이 생기났다.
2000년대 들어 ‘기지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일소하기 위해 의정부 명물 찌개거리로 바뀌었다가 다시 의정부 부대찌개거리로 재탄생했다. 이 곳에는 요즘 150여 개의 부대찌개 전문음식점이 성업중이다.
지금은 의정부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부대찌개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매콤한 국물은 푹 고아낸 육수를 써서 그맛이 그만이며 한끼 식사로 든든하다.
찌개가 끓는 사이 쫄깃한 사리를 넣어 먹는 맛도 별미다. 시는 의정부 부대찌개를 브랜드로 만들어 국·내외에 알리고 지역 특산음식으로 관광상품화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기폭제로 삼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시는 부대찌개를 홍보하기 위해 포장상자와 식품위생용기를 제작해 각 업소에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의정부시는 오는 23~24일, 의정부1동 부대찌개 거리에서 부대찌개 축제를 열기로 했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에는 부대찌개 경연, 부대찌개 500인분 퍼포먼스, 부대찌개 맛보기 등이 진행된다.
부대찌개 경연은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참가해 햄, 소시지, 두부 등을 기본 재료로 독특한 조리방법을 가미해 새로운 형태의 향토 음식을 선보인다. 6·25전쟁의 아픔과 함께 해온 의정부 부대찌개가 우리 입맛을 살리고 나아가 우리음식으로 국제무대에 설 날도 머지 않았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