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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장엽씨의 죽음

북한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로 꼽힌 황장엽(87)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지난 10일 타계했다. 황씨는 13년 전 북한을 탈출,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망영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당시 노동당의 국제담당 비서를 지냈던 굵직한 인사였다. 29세의 나이로 김일성대 철학과 교수가 됐고, 1959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거쳐 39세 때인 1962년에는 김일성대 총장 자리에 오르기도 한 북한의 최고 엘리트로서 김정일 위원장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런 그가 남한으로 탈출했을 때 우리도 놀랐지만 북한 측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북한은 황씨의 망명 직후 남한이 납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이어 “민족 파멸의 전쟁 불씨를 퍼뜨리는 노망한 자의 망발이며, 황 역적을 반드시 황천객으로 만들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의 죽음에 대해 한나라당은 “많은 위협에도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 회복, 민족의 평화를 위한 고인의 용기 있는 행동을 높이 평가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황장엽 선생은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세운 학자이면서 민족에 대한 뜨거운 열정도 갖고 있었으며 이렇게 급격히 사망한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면서 명복을 빌었다. 물론 여·야간이나, 보수·진보간의 차이는 있다. 그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각각 달랐지만 한 목소리로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분단 조국의 질곡을 반영한 그의 삶처럼 불행한 역사의 반복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북한에서 대우를 받고 출세가도를 달리며 살아온 상층부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노구를 이끌고 남한으로 오고자했을 때부터 그는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했을 뿐 아니라 북한 당국으로부터 수 차례에 걸친 살해위협 속에서 살아왔다. 남한으로 넘어온 이후의 생애가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전에 그의 행적은 분단이 빚어낸 우리민족의 자화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수와 진보의 시각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같은 것 같다. 분단으로 야기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황씨의 행적은 후대의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분단으로 인한 피해자가 더 나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황씨의 죽음을 보면서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이런 역사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지는 몰라도 전세계의 유일한 분단국인 대한민국의 한은 이제 종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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