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대스포츠의 형성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곳이 외국어학교다. 1895년 5월에 설립된 외국어학교 교사인 허치슨, 헬리팩스, 마르텔 등이 중심이 돼 서양의 각종 근대 스포츠를 도입했다. 이 학교가 1896년 5월 2일 동소문 밖 삼선평(三仙坪, 현 삼선교 부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회를 열었다.
△오늘날과 같은 운동회라기 보다는 일종의 야유회(당시는 화류회(花柳會)라 불렀다)같은 것으로 좁은 교실을 벗어나 심신을 단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때 독립신문에 실린 기사가 재미있다. ‘외국어학교 교사와 학도들이 이튿날 동소문 밖으로 화류를 갔나니, 오래 학교 속에서 공부하다가 좋은 일기에 경치 좋은 데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하는 것은 진실로 마땅한 일이니…’ △허치슨은 1897년 6월 16일에 외국어학교 대운동회를 주선했는데 이는 오늘날 육상경기대회의 효시가 됐다.
우리나라 근대 축구역사는 1882년 6월 제물포에 입항한 영국군함의 수병들이 축구를 하고난 뒤 공을 주고 간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공식적인 첫 선은 1897년 외국어학교 교사들에 의해서였다. 야구는 이보다 늦은 1905년 미국인 선교사 질레트에 의해 보급이 됐고, 농구 역시 그에 의해 1907년에 소개됐다.
△정구는 1908년 탁지부(度支部, 현 기획재정부) 관리들이 친선경기를 치른 것이 시초이고, 배구는 1916년 황성기독청년회(YMCA) 반하트에 의해 보급됐다. 유도는 1906년 아오야나기(靑柳)라는 일본인에 의해 전래됐고, 복싱은 1912년 단성사 사장이었던 박승필 등이 중심이 돼 처음 경기를 치렀다. 빙상은 1908년 현동순이 서울 삼청동 개천에서 스케이트를 탄 것이 최초로 꼽히며 사이클은 권원식과 일본인 요시가와(吉川)가 훈련원에서 치른 경기를 첫 대회로 삼고 있다.
△올해로 91회 째를 맞은 전국체육대회는 1920년 7월 13일 조선체육회가 창설된 뒤 그해 11월 배재고등보통학교(현 배재고)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조선야구대회가 효시다. 경기도가 12일 폐막된 전국체전(경남)에서 9연패를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내년 체전은 22년 만에 고양시를 비롯한 도내 18개 시·군에서 열린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