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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행사방식, 시민중심으로 바꿔봅시다

시민의 날 ‘얼굴도장’ 관행
작은 것부터 고쳐나가야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관 주관행사나 심지어 진보진영 집회에서조차 참석자소개에서 대개는 정치인을 우대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지금은 군사독재시대 사용하던 ‘군관민’이라는 단어를 ‘민관군’으로 바꿔 쓴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우리 머리 속에는 왜곡된 의식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우둔한 필자는 가늠이 안 된다.

 

 물론 여러 타당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빈소개에서 왜 정치인 앞세우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인지 필자에게는 불만스럽게 생각되는 적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단체 주관 집회 때는 간사들에게 그러지 말도록 주문해 일반시민중심으로 변화를 가지려고 시도하고 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8일 ‘제37주년 성남시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이날은 ‘시민이 행복한 성남’, ‘시민이 주인인 성남’을 시정슬로건으로 내세운 민선5기 시장취임 100일째 되는 뜻 깊은 날이기도 했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는 가득 메운 시민들로 축하분위기 열기가 느껴졌다. 성남시립국악단의 국악관현악 ‘비나리’를 비롯한 식 전 연주는 시작부터 즐거움을 더해 줬고, 기념식에서 중국 출신 성남시민의 시민헌장 낭독은 신선하게 들렸다.

모범시민상, 문화상, 경기도민상을 받는 분들에게는 모두가 아낌없는 박수로 축하했다. 시민의 날 그 분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기념식이 끝나고, 식 후 축하공연으로 이어지자 앞줄에 앉아있던 시장, 국회의원, 정당인사, 시의원들이 일어나 퇴장하기 시작했다. 뒤따라 참석한 시민들도 대부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갑자기 오페라 홀은 썰렁해졌고, 텅 빈 객석은 냉랭했다.

축하공연 출연자들도 외부 초청자들이 아니라,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중심의 시민들로 구성된 출연자들이어서 훨씬 의미 있고, 기획의도도 좋아보였는데, 그래서 화합과 함께하는 시민의 날 의미를 더욱 살릴 수도 있었는데, 텅 빈 객석으로 인해 맥 빠진 공연이 돼버린 점은 끝까지 공연을 감상한 입장에서 너무나 크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노래해요 아주 멋진 새 노래’ 연주제목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는 남은 사람들의 가슴은 참람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공연의 즐거움보다 보기가 민망해서 더 크게 박수쳤을지도 모르겠다. 소년소녀들은 오늘을 위해 연습도 많이 했을 것이고, 학교도 빠지고, 축하공연 하러 와서 노래 부르는데, 어른들이 일어나 줄줄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남아 있는 사람이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추어 시민팀 ‘모사모타’의 일사 분란한 모듬북공연을 보면서는 얼마나 많은 연습과 노력과 땀을 흘렸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원더풀 이었다.말로만 문화도시 건설을 외치기보다 주민참여형의 문화활동에 관심을 갖고, 노력과 수고에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면, 생활속에 도시문화가 점점 더 꽃피워 나가게 되지 않을까.

기념식이 끝난 뒤, 축하공연 시간까지 시민들과 함께할 수는 없었을까?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부족한 선출직 공직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시민의 날, 주인공인 시민들을 위해 한 시간정도 배려할 수는 없었을까? 선출직 공직자들이 자리를 지켰다면, 대다수 시민들도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민이 주인 되지 못한 시민의 날 기념식 풍경 같아서 다음부터는 아예 행사방식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 싶다.

어차피 앞에 앉거나 뒤에 앉거나 선출직 공직자들 내빈 소개는 할 것이고, 앞자리 지정석을 둬 이 빠진 것처럼 보기 싫게도 말고, 순서 자 들에게만 앞자리를 배정한다든지, 아님 오는 순서대로 시민들에게 앞자리를 내어 주고, 선출직 공직자들이 맨 뒤에 앉게 한다면 혹여 도중에 나가야만 하는 사정이 있더라도 분위기를 망치거나, 방해하지 않고, 가는 사람도 눈치 덜 볼 수 있을 테니까 좋지 않을까. 끝까지 함께할 수 없다면 말이다.

큰 것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오랜 관행을 바꿔 나가는 것도 소중한 변화이지 싶다.

의전과 예식에 너무 치중하지 말고, 특별한 날에는 시민과 더불어 함께하는 여유로움으로 시민의 즐거움과 행복에 봉사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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