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지난달 3일자에 ‘지방공기업이 공무원 노후보장용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지방공기업의 CEO는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맡는 것이 옳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은 지난 1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방공기업 최고경영자 전직 경력 현황’ 자료를 공개하면서 현재 지방공기업 CEO 중 74%가 퇴직 공무원임을 밝힌 바 있다. 공무원출신들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대부분 평생 동안 몸담아 온 공무원의 틀을 벗지 못하고 경직된 사고로 공기업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자신을 임명해준 자치단체장의 입맛에 맞는 경영행태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공기업이 ‘퇴직공무원의 노후보장용’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고 제대로 된 공기업, 시민과 도시의 미래를 위한 공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모를 통해 CEO를 선출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수원시가 지난 18일 제6대 수원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임명대상자로 현대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근무하는 등 폭넓은 경력을 지닌 서석인 씨를 내정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간 현역 구청장 내정설, 선거 캠프 간부 내정설 등의 소문이 인사권자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결국 민간 경영전문가로 내정된 것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공모절차를 거쳐 공단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자 2명 중에서 경영전문성, 면접결과 등 임원추천위원회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수원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모두 공무원 출신이었기에 이번 민간 전문 경영자 영입 소식은 신선하다. 하지만 거듭 밝히지만 공직자라고 해서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 출신이라고 해도 능력 검증 결과 타당한 인물이면 마땅히 등용해야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번 이사장 공모에는 전문경영인을 비롯, 4명의 인사가 접수됐으나 수원시 출신 공직자가 단 한명도 접수하지 않아 다소 의외였다고 한다. 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주시한 만큼 후보자 추천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에 있어서도 임원 추천위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제 민간 경영전문가가 영입됨으로써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것이 민간 경영전문가를 택한 이유일 것이다. 차제에 타 지자체에도 경영전문가 영입을 권하고 싶다. 공기업은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시민을 위한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