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길이 막힌지도 오래다.
답답하고 어색하기만 한 남북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차기 중국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지난해 5월 베이징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왜 현 한국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남북 교류협력을 안해 긴장관계를 유지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전했지만 정치인의 발언정도로 치부하고 싶다.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누구에게 있을까. 한국인 4명 중 3명은 남북관계가 악화된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은 8월26일∼10월5일 미디어 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북관계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인원의 74.4가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자유롭게 남북을 왕래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주민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60년이 넘게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아오면서 언어 이질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남한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말과 글에도 외래어가 급속히 유입됐고 방송통신과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신조어도 빠르게 생겨났지만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 등의 구호에서 엿볼 수 있듯이 폐쇄정책을 써오며 외래어 유입을 차단해왔다.
‘위생차’, ‘말밥’, ‘주석단’, ‘곽밥’, ‘위생실’, ‘가무 이야기’ 등 북한에서 사용하는 이들 단어 대부분은 남한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기 어려운 것이다. ‘위생차’는 남한 말로는‘구급차’, ‘말밥’은 ‘구설수’를 뜻하며, ‘주석단’은 ‘귀빈석’, ‘곽밥’은 ‘도시락’, ‘위생실’은 ‘화장실’, ‘가무 이야기’는 ‘뮤지컬’이다. 지난 2007년 국립국어원에서 남·북한 교과서에 나오는 학술 용어를 비교해 본 결과 용어 이해도는 50%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생물 교과서에서는 ‘괄약근(남)/오므림힘살(북)’, ‘백혈구/흰피알’, ‘소장/가는밸’ 등으로 달리 쓰는 용어가 많았다. 남북이 통일되고 서로 외국어를 배우느라 혼란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