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가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 4연승으로 우승하며 2007, 2008년 시즌에 이어 통산 세 번째로 정상에 올랐다. SK가 우승을 차지하자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 의외로 쉽게 끝났다”며 “우리 선수들이 이제 싸움을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근 식 야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독한 훈련과 치밀한 데이터를 근거로 한 경기운영이다. 김 감독은 “연습에도 종류가 있다. 막무가내로 하는 훈련은 노동이고, 생각하면서 하는 훈련은 일이다. 우리 선수들은 노동이 아닌 일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처럼 생각하면서 하는 훈련은 경기도중 완벽한 역할 분담과 작전 수행능력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상대에 대한 꼼꼼한 정보 분석능력이 SK를 강한 팀으로 키워냈다. 말하자면 ‘준비된’ 우승팀이란 얘기다.
김성근 식 야구가 빛을 발하자 그의 ‘리더십’에 관해 여러 가지 말들이 들린다. 그렇다면 그는 여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리더는 방향을 설정해 주는 거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에게도 ‘기회는 내가 주는 것이 아니고 너희들이 잡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받아들이지 않는 선수를 억지로 바꿀 수는 없지만 받아들인 선수는 스스로를 변화시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흔히 프로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평등주의’를 지향하며 이런 고른 경쟁 속에서의 엄청난 훈련량은 곧 기술의 진보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주전들에게는 큰 자극이 된다. 늘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선수들이 어느새 자신을 바짝 추격하고 있을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을 보면 일본 야구의 모리 마사아키(森紙晶)감독이 생각난다. 모리 감독은 선수로 11차례, 코치로 3차례, 감독으로 6차례 등 일본시리즈에서 무려 통산 20승을 거둬 ‘상승(常勝) 감독’으로 불렸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을 마치며 “이제 5승만 남았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오는 11월 13일 한일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이기겠다는 의미에서였다. 내친 김에 그와 SK의 ‘상승’을 기대해 본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