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연극은 현재 고사(枯死)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수부도시라는 수원시만 해도 연극이 상설 공연되는 변변한 소극장 하나 없는 상태다. 극단들도 거의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이런 현상은 도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기지역에서도 한때 소극장 연극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재인 씨가 운영하던 극단 수원예술극장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항상 ‘만원사례’를 기록할 정도였으며 전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높은 기량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급기야는 현재의 경기도립극단이 탄생하기도 했다. 수원에는 수원예술극장 뿐 아니라 극단 성, 극단 예인, 극단 한우리, 극단 촌벽 등이 각자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소극장 전성시대를 열기도 했다. 성남의 극단 동선, 부천의 극단 믈뫼 등은 지금도 30년 이상 경기연극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극단 들이다. 이들 극단을 이끌고 있는 지역 연극인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재를 털어 소극장을 운영하고 배우들은 대부분 노개런티로 출연한다. 이렇듯 지방 연극의 현주소는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돈 안되는’ 연극 한편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밤을 새워 연습하고 스폰서를 구하러 다닌다.
문학이나 미술, 음악은 혼자 하는 것이라 연극보다는 여러모로 부담이 덜 된다. 종합 예술인 연극은 우선 무대를 마련하는데 많은 예산이 든다. 개런티 없이 한다고 해도 여러 명이 모여 장기간 연습을 하다보니 식비 등 기타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가장 시급한 부문이 연극인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공연영상위원회가 경기도 공연산업의 기반 마련과 창작공연제작 활성화를 위해 ‘경기공연 창작도우기’라는 이름으로 3편의 창작연극을 차례로 선보인다고 한다. 안양문화재단 평촌아트홀, 고양문화재단 새라새극장, 화성문화재단 화성아트홀 등 3개 공연장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자된 초대형 뮤지컬 등에 밀려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연극에 대한 지원은 고마운 일이다. 이 사업은 심사를 거쳐 선정된 경기도내 3개의 극장의 제작규모의 따라 분할해 지원하게 된다. 이번 지원은 공연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차제에 수 십년 째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민간극단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해주기를 바란다. 말이 그렇지, 개인이 30~40년씩 극단을 운영해 온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지역예술발전에 바친 것이다. 경기연극의 명맥이 끊기기 전에 관의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