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실에서 항상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교육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교육에 대해 훌륭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좋은 여건이 마련돼야 하며,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등의 원론적인 이야기는 난무하고 있고, 또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지, 어떠한 정책을 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의적인 대답이 어렵다. 게다가 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이들의 합목적적 절충은 더더욱 어려움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교육은 우리 국가의 미래 운명을 결정할 중차대한 사업이 아닐 수 없으며, 이를 그대로 묵과할 수도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들은 자라나고 있고, 그들이 짊어질 미래는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형사사건 관련해 소년사건을 맡으면서 중·고등학교에서 범죄행위를 저질러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경우의 변론을 종종 맡게 된다. 또 보호관찰업무를 통해서 아이를 접하기도 한다.
그런데 처음 사건 내용을 서류로 접할 때에는 아이들이 매우 불량한 아이일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직접 만나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고, 어떻게 보면 순진하기도 하고, 자신이 한 일의 심각성이나 사회물정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는, 그야말로 철부지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은 자기 주위에 있는 친구들과 선배들의 이야기가 전부이다. 그들은 세상을 볼 능력이 없고 그러한 여건에 있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고민하고 인생을 설계할 여건조차 갖지 못한 채, 그저 친구들과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일에만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아이들을 만날 때, 꼭 해주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20년이나 30년 후에 자신이 어떻게 돼 있을지 생각해보라는 충고다. 물론 이 충고에도 아이들이 한 순간에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최소한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하지 않았던 이야기나 자기 나름의 계획이나 생각들을 토로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편 다양한 형사사건으로 성인의 피의자나 피고인을 만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들이 어린 시절 자신들에게 인생에 대해 설계할 계기가 주어졌다면 좋았겠다는 한탄어린 술회였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학구열은 언어적인 환경제공과 방대한 지식을 쌓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자아성숙’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얼마 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학창시절에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던 사실이 세상에 회자된 바 있었다.
반기문 총장이 케네디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반기문을 유엔의 수장자리까지 올라가게 한 유일한 이유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기문 총장이 케네디를 만날 당시 얻었던 감흥은 평생토록 잊혀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은 반기문이라는 사람을 형성해가는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과연 누구를 멘토로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이 만약 부모나 선생님을 자신의 정신적인 지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들은 누구를 표상으로 자신의 자아를 만들고 인생을 설계하고 있을까.
만약 반기문 총장이 어느 중학교에 와서 자신의 살아온 인생에 대해 학생들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 학교 아이들에게 훌륭한 감흥을 줄 수는 있지 않을까. 만약 사회의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과 자신이 어린 시절 고민했던 상황과 그것을 극복해 나갔던 이야기들을 해준다면, 아이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아이들이 자아를 확립하고 인생을 설계하는데 매우 소중한 시간들이 될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정의론에 큰 파장을 불러온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돈을 가진 자는 돈을 나눔으로써, 지식을 가진 자는 지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사회정의를 위한 분배논리를 이야기한 바 있다.
청소년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른 기성세대들은 이 땅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에게 자신이 인생을 통해 얻은 값진 경험을 전달해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이렇듯 멘토가 될 만한 기성세대들과 청소년기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