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란 중인 꽃은 걷고 있다
바람 따위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진통 궤적만큼 걸어 나간 꽃잎 후광을 피우며 향낭이 된다
아기 밴 여자가 걸어간다
그로 인해 꽃은 얼마나 어두운가
인류 최초의 입소리 받아 적던 붓처럼
추호 흐트러짐 없이 일보일획(一步一劃)할 때
태아의 심장박동이 연적(硯滴) 따르듯 독경한다
어미의 궤적을 베껴 쓰는 태아가 발서슴한다
시인소개: 차주일, 1961년 전북 무주 출생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냄새의 소유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