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선 아직도 학생지도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전과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이른바 문제학생들이 대놓고 지도교사에게 학생인권 운운하며 대들어도 체벌금지 등 별다른 제재조항이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한다기 보다는 교육노동자로서 그저 무사안일주의를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학생인권 조례 공포 이후 경기도 초중고에서는 후속 절차로 학생생활인권규정 개정작업이 한창이다. 학생인권 조례에서 체벌과 두발길이 규제, 강제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등을 금지하고 있어 이를 학교규정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그동안 ‘교육벌’로 지칭되는 체벌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왔고 두발과 복장을 규제해왔다. 도교육청은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학생인권 조례를 본격 적용하기로 하고 이달 중 학교 생활인권규정을 개정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학교별 생활인권규정 심의위원회 구성과 심의 절차를 거쳐 규정을 손질하고 대체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시간이 빠듯한 형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업을 방해하는 이른바 ‘문제학생’에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고충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선생님들 승용차를 못으로 흠집을 내고 청소도 안 하고 도망간다”며 “심지어 교무실에서 여교사에게 발길질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사복 입고 머리 풀고 교문 밖을 나서면 성인처럼 보이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한 초등교사는 도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수업시간 내내 떠들어 야단치고 등 한 대 때리면 ‘왜 때리느냐’고 하고, 부모님께 전화한다고 하면 ‘왜 부모님께 이르냐’고 대든다”며 “우리 교육현실에서 교사들은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도교육청은 체벌을 대체할 매뉴얼을 아직 일선학교에 제시하지도 못하는 등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일부 문제학생들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가 버젓이 교사들을 애먹이는 현실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학생들은 무조건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데도 교사들은 어떻게 대처할 지 몰라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 우리의 교육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학생인권을 제시했다면 교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참에 똑똑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