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지방자치제가 오랫동안 시행돼 오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행정에도 많은 변화들이 있어 왔고 지금도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그 변화의 과정에 항상 사람중심의 행정이 자리 잡는다. 고객·수요자·주민 중심 등 다양한 형태의 용어로 표현되며 자치단체마다 사람을 위한 행정을 펼쳐 오고 있다.
지난 7월 1일 민선 5기 자방자치제가 출범했다. 수원시의 경우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건설”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시민을 위한 최고의 밥상을 의미한다. 즉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중심의 행정이라 할 수 있다.
행정은 교과서적인 의미로 국가 목적 실현 또는 공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사법 이외의 작용이라고 규정돼 있다. 교과서적인 의미를 이해하자면 어렵다. 쉽게 말하자면 행정은 각종 행정행위를 통해 사람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보다 나은 만족감으로 보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만들고 지원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행정을 수행하는 공직자는 역지사지의 섬김의 자세로 일하지 않으면 자치단체장이 추구하는 행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역지사지의 섬김은 통제나 규제가 아닌 베푸는 것이다. 수 많은 민원을 접하다 보면 대다수 민원인은 행정행위에 수긍하지만 일부 민원의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항의·언쟁 등의 다툼이 종종 발생한다. 행정행위가 본인에게 부과(적용)하는 내용이 과다·부당하다거나 요구하는 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때 이러한 항의성 민원이 발생하곤 한다.
민원이 발생하면 이를 민원인이 이해하는 수준으로 조기에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통구의 사례를 보면 구청장이 수시로 강조하는 민원해결 방법중위 하나가 역지사지(易地思之)와 현장행정(現場行政)이다.
민원사항이 설사 현행 법이나 규정으로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현장으로 나가 민원인과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며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다.
경험으로 볼 때 잘 풀리지 않은 장기 갈등 민원이라 하더라도 현장에 나가 민원인과 대화하면 절반 이상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공직자가 직접 현장으로 민원인을 찾아가 인간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하고 타협하면 격한 감정도 수그러들고 이해를 통해 대 다수 민원이 해결된다 는 뜻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부서에 얼마 전 복지급여 지원신청과 관련해 감정이 격한 민원이 발생했다.
민원사안으로 볼 때 현행규정상 지원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이 났다. 지원불가 통보를 받고 찾아온 민원인은 부당함을 주장하며 소리부터 쳤다.
민원인의 주장은 관련 법규정상 예외적으로 지원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며 민원인 자신의 딱한 사정을 말했다. 민원인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상급기관에 질의해 예외적인 지원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상급기관에 지원가능토록 회신을 구하는 질의도 하고 혹시 민원인이 보완자료를 미처 챙기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지 등을 찾아봤다.
그러나 수 일간의 노력에도 민원인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민원인의 생활형편이 어려운지라 이웃돕기 성금은 조금 지원이 가능해 지원 할 수 있었다.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니 수긍하며 차후 지원방안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민원인이 요청했다. 이로써 수 일간의 갈등민원은 종결 됐다.
역지사지 행정이라 해서 무조건 민원인의 요구나 입장을 들어주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행 법이나 규정에 당장 어렵더라도 폭 넓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면 일부라도 해결의 방법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하는 공직자의 자세와 노력이 바로 ‘사람중심의 역지사지 행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갈등민원을 단순히 악성 또는 고질민원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민원인의 입장에서 억울함이 없나 해결의 실마리가 없나 다시 한번 생각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직자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행정업무에 임한다면 민원문제는 원만히 해결되고 주민의 행정에 대한 신뢰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백광학 수원시 영통구청 주민생활지원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