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다문화의 문제와 관련해 가장 절실하며, 가장 취약한 문제라면 단연히 이주·다문화가정 자녀의 문제이다. 이주·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한국사회에서 겪어야 할 만만치 않는 과제들에 대해서 이 아이들이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짐이 틀림없다. 특히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가 자신들의 선택이나 자신들의 결정과 무관하게 감당해야 할 일들이다. 다시말해 이주가정의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결정에 의해 타의적으로 한국사회로 편입됐으며,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문화가정에 태어난 것임에도 우리사회가 이들을 포용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가 이주·다문화가정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바람직하고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공교육의 중요성이다. 교육은 국가의 근본을 이루는 대사이며, 사회통합의 시작이 되는 곳이다. 과거 시민사회단체의 이주아동 기본권 보장을 위한 캠페인을 통해 지난 2005년 교육과학기술부로터 미등록, 등록 여부를 떠나 이주가정 자녀의 학교 입학이 허용됐다. 과거에는 이주가정의 자녀에 대해 차별적 포용이 가능했지만 이후에는 누구든지 취학연령의 자녀들의 제도권 입학이 허용됐다. 이후 국제결혼에 의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교 입학도 본격화됐다. 자연스럽게 통합교육으로 한국사회의 일반가정 자녀와 이주·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함께 교육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입학이 전부가 아니었다. 한국교육개발원(2009년 “다문화가정교육지원 실태 및 요구분석 및 대응탐색”) 통계에 의하면 학교에 못 가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비중이 초등 40.40%, 중등 59.24%, 고등 81.11%로 절반이 넘는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교육의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 또한 중도탈락의 경우 일반가정의 자녀에 비해 초등 166배, 중등 222배라는 경악스러운 수치가 지금의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입학만 허용됐지 학교내에서의 다문화교육은 기본적인 교육철학도 없이 담당 교사의 노력과 열정에만 의존해 진행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됐다.
지난 4월 교육과학기술부의 통계에 의하면 다문화가정의 학생은 전국에 총 3만1천788명(초등생:2만4천701명, 중학생:5천260명, 고교생:1천827명)이다. 지난해 학교 급별 증가율을 보면 전년도 대비 고등 84.3%, 중등 39.4%, 초등 38.1%로 급격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교육의 기간은 짧다. 특히 중도탈락률이 높은 사춘기에 접어든 중·고등학교의 몇 년간에 집중된 교육의 기회를 한국사회의 체질이 바뀌기를 기다리기에는 이 아이들에게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6월 사회통합위원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다문화대안학교(국제다솜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제는 다문화대안교육, 나아가 다문화대안학교가 그 무엇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만을 수용하기 위한 개념이 아닌 한국사회의 전체의 교육체질을 다문화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될 것이다. 다문화교육은 창의성, 관계성, 다양성이 핵심과제가 되는 교육이다. 국·영·수 과목에 집중한 서열식의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평가의 기준을 다양화 해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과 실력으로 꿈을 이뤄가는 교육이 다문화교육이다. 이주·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게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교육이 그 무엇보다 시급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