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에는 고구려문화연구회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고구려의 찬란한 문화를 연구해 오늘에 살아있는 문화로 되살리며, 고구려의 기상과 얼을 계승해 국제적인 고구려문화운동을 펼쳐나간다’는 취지로 지난 2007년 창립했다. 고구려문화연구회는 그동안 고구려 정신을 계승하고 선양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쳐온 바 있다. 수원의 화성을 연구하는 단체인 ㈔화성연구회,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남사모 등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모임으로서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단체다.
고구려문화연구회의 사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우리 전통술 막걸리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이 단체는 이미 지난 2009년 말 정부에 ‘막걸리 데이’를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은 최근 일고 있는 막걸리의 열풍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막걸리가 진정한 국민주로 거듭난다면 농촌 경제와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햅쌀로 빚은 생막걸리 ‘얼수’를 지난달 출시하기도 했다. 이 막걸리는 고구려문화연구회가 출자해 만든 한민족식품연구원에서 제조한 것으로 우리쌀을 사용했다. 특히 반가운 것은 우리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100% 국산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고구려문화연구회 서주원 회장의 말도 새겨들을 만 하다. “우리술 막걸리가 엄연한 전통주임에도 우리나라 막걸리의 77%가 수입쌀과 수입밀로 제조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맞다.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와 부여, 발해 등 고대사를 지키는 것도 소중하지만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지키는 것도 역사지키기 만큼이나 소중하다. 고구려문화연구회를 중심으로 17일 발족된 전국 단위의 탁주 제조업체들의 협의체 ‘팔도탁주발전협의회’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팔도탁주발전협의회는 앞으로 우리쌀로 빚은 우리술 마시기 운동, 공동 브랜드 사용과 주막집 프랜차이즈 사업, 한민족막걸리의 날 행사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본보 17일자 17면 보도) 또 쌀소비 촉진은 물론 전통주인 탁주의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했다. 비록 참여한 업체는 10여 곳 밖에 안 되지만 상주 은척막걸리, 천안 입장탁주막걸리, 해남 옥천 주조 등 애호가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술도가들이다. 순수 민간단체가 탁주협의체를 발족시킨 것도 처음 있는 일이란다. 막걸리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전국의 영세 막걸리업체들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팔도탁주발전협의회’의 창립은 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