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전국 최초로 체벌금지와 두발자유 등을 담은 경기도의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지 한 달여가 지나갔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체벌은 비교육적 수단이라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오랫동안 이어져오며 몸에 밴 습관까지 떨쳐내지는 못한 모습이다. 경기지역 교육단체의 조례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전교조는 지금의 혼선에 대해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면 안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한국교총은 교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으며, 좋은교사운동은 체벌 및 학생인권에 대해 이념적 공방이 아닌 실사구시적인 대안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기왕에 선포된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이제 와서 왈가왈부해서는 곤란하다. 문제는 교육계가 조례의 안착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혹시 잘못됐다면 합리적인 대안을 찾도록 노력해야지, ‘반대를 위한 반대’로 계속 나가려 든다면 소모적일 뿐 아니라 교육정책이 악순환의 연속으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세 살 버릇’일까.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우리의 뇌는 성인이 되면 ‘기억의 선택’이 행해진다. 의식적으로 좋은 것만 기억하려 하고, 나쁜 것은 잊어버리려 한다. 하지만 두세 살 무렵에는 이런 취사선택을 할 수가 없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기억한다. 게다가 세 살까지는 뇌가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다. 이런 뇌의 발달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신경섬유에 홈을 새기는 글리아세포(gliacyte)인데 이 세포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바로 세 살까지라고 한다. 신경섬유에 홈이 새겨지게 되면 10배에서 100배나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한마디로 세 살까지가 가장 많이 보고 듣고 흡수하는 시기인 셈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의 좋은 기억은 정서적으로 사람의 일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어릴 적 가정교육은 이래서 중요하다.
이달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의 전면적인 체벌금지 지침을 내리자 일선 학교 교사들이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조사결과 64.9%가 체벌금지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을 했다. 그러나 체벌금지가 대세라면 따를 수 밖에 없다. 다만 우리의 교육현실을 비춰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학생인권조례나 체벌금지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도 교육에 득 될 것이 없다. ‘눈높이’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중지(衆智)를 모아 ‘사람 만드는 참교육’의 큰 틀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