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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헌법상 면책특권의 의미와 범위

 

최근 지역구 초등학생 두 명이 국회를 방문했다. 6학년 교과과정에서 입법부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국회의원을 면담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한다고 신청해 여학생 둘이서 버스를 타고 국회에 왔다고 한다.

두 학생들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는 방법의 차이, 국회의원의 권리와 의무, 국회의원이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하는 일 등을 궁금해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초등학생의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때묻지 않는 호기심 속에 날카로운 질문들이 많았다. 그 날 면담했던 내용중에는 요즘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대한 것도 있었는데, 오늘은 그 의미와 범위에 대해 다뤄 보기로 한다.

얼마전 정부여당은 영부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확인을 통한 해명보다는 면책특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면책특권 제한은 헌법45조의 개정, 즉 개헌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에 따라 헌법상 면책특권의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하위법에서 면책특권 적용대상의 예외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내용에 따라 위헌의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회란 본회의 및 상임위활동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책특권을 둔 의미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행정부의 억압으로부터 의정활동이 간섭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1689년 영국의 권리장전에서 최초로 성문화 된 이래 1789년 미국헌법에 세계최초로 명시됐다.

면책특권은 실체법상의 특권으로 임기만료 후에도 책임을 부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시적 특권인 불체포특권과 비교된다. 면책특권의 주체는 국회의원이며 이는 의원의 신분을 고려한 인적처벌 조각사유이므로, 이를 교사 또는 방조한 자는 처벌을 면할 수 없다.

면책특권의 범위에 대해서는 본회의, 상임위에서 행한 발언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사전에 국회 기자실에 배포하는 것은 국회의원 직무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는 것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면책대상이 되는 행위는 의사표현행위 뿐만 아니라 이에 수반되는 행위까지도 포함하지만, 면책특권을 인정하더라도 정치적 책임, 소속정당이나 국회에 의한 징계는 가능하다고 한다.

면책특권과 관련한 법원의 판례를 보면, 우선 1986년 유성환 신민당 의원이 국회에서 ‘국시는 반공이 아니고 통일이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일명 ‘국시 발언 사건’이라 불리는데, 1992년 대법원은 면책특권을 인정해 무죄선고를 내렸다.

또한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3년 12월 국회 예결위에서 대선자금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비록 발언 내용에 다소 근거가 부족하거나 진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무 수행인 이상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비록 발언 내용이 허위일지라도,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은 최대한 넓게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2005년 8월 진보신당 노회찬의원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전·현직 검사 7명이 떡값을 받았다며 안기부 녹취록을 인용해 공개했지만 법원은 이 또한 국회의원의 업무 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요약하면, 국회의원의 국회내 발언이 내용상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명백히 허위인 사실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던 경우가 아니라면 면책특권의 대상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선진각국에서 나름대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중요한 제도이다. 훗날 허위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지만, 진실로 판명난 사건들도 많다.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불편한 제도일지 모르겠으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 면책특권으로 인한 부작용보다 야당 국회의원의 말문을 막아 발생하는 부작용이 더욱 컸다.

더욱이 이명박정부는 주요방송사에 낙하산 사장을 임명해 언로를 틀어막고 있으며, 권력기관을 이용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인터넷 댓글마저 검열하고 있다. 또한 야당인사들의 작은 의혹들은 쥐잡듯이 수사를 하고, 대통령과 친인척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제한된다면, 그만큼 국민의 알권리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때문에 정부여당은 약간의 부작용을 트집잡아 면책특권을 없애버리기보다는 올바른 의회관행이 형성되도록 제도운영의 합리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백재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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