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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샤워실의 바보

얼마 전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이 한 토론회에서 “(사람들이) 강만수(대통령 경제특보)를 죽이고 싶겠네”라고 말했다 해서 가십거리가 된 적이 있다. 바로 경제 실세인 강 특보의 실책을 비판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 최고위원의 해명으로 일단락 됐지만, 이를 접하고 생각난 것이 바로 ‘샤워실의 바보(fool in shower)’다.

처음 수도꼭지를 틀면 찬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바보는 조금 기다리면 될 텐데 가장 뜨거운 물이 나오도록 샤워꼭지를 얼른 더 튼다. 그러다 뜨거운 물이 나오면 다시 가장 차가운 물이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돌린다. ‘샤워실의 바보’로 알려진 이 비유는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 정부의 무능을 꼬집기 위해 만들어낸 우화다. 자유경제학의 신봉자인 프리드먼은 특히 정부의 통화정책 입안자를 ‘샤워실의 바보’ 같은 존재라고 규정했다. 경제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정책을 바꾸는 것은 어리석은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통화론자’의 대부였던 프리드먼은 케인즈와 함께 20세기 경제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1970년대까지 서구세계는 전반적으로 케인즈의 영향을 받아 ‘시장은 불완전하며 정부의 적절한 개입으로 교정될 수 있고, 또 교정돼야만 한다’고 믿던 ‘개입주의’가 지배했다. 닉슨 대통령조차 “우리는 모두 케인지언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는 케인즈 경제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 아래서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자율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1970년대 후반 들어 그의 주장이 옳았음이 증명될 때까지 프리드먼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가 6천억 달러를 시중에 공급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카네기멜론대의 앨런 멜처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밀턴 프리드먼이 살아 있었다면 이번 달러공급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만 열면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거의 틀림없이 남들의 이익을 빙자해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사람들이다”. 프리드먼의 이 말이 갑자기 의미심장한 요즘이다./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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