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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염치있는 사람이 그립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필자에게 또렷이 각인돼 있는 단어 하나가 있다.

어렴 풋 십대 후반 40여 년 전 쯤, 명동 근처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화교학교 건물 외벽 상단에 학교 교훈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염치(廉恥)’였다. 염치가 뭐 그리 중요하고, 대단한 것이라고, 학교건물에 저렇게 크게 붙여놨을까 의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어릴 적 시골에서 들었던 “염치없는 짓 좀 하지마라”거나 “염치없는 놈”이라는 말을 별 의미 없이 주고받는 걸 봐 온 터라 가볍게 생각했을 뿐 아니라, 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종일 맴돌던 ‘염치’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집에 돌아와 정확히 이해하고 난 후 염치라는 의미를 달리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화교학교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가르침 중 하나가 ‘염치’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로 화교들을 다시 보게 됐고, 그 후로 필자도 ‘염치’라는 것이 인간이 지녀야 할 소중한 덕목인 것을 잊지 않고, 염치없는 놈(?)으로 살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그런데 사람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야 말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사회에서 꼭 필요한, 응당 갖춰야 할 기본자세이고, 예의인 것을 너무나 간과해버린 사회가 돼 버린 것 같은 요즘 세태여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우리네 세상 돌아가는 판에서 소위 지도층이라고 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있다는 사람들의 특정행태를 보면서 가끔은 너무나도 뻔뻔한 태도와 염치없음에 비위가 상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지겨울 정도로 목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한 기관의 장(長)인 사람은 아랫사람의 실수에도 ‘내가 덕이 부족한 탓’이라고 자처해야 모름지기 덕이 있는 사람일진대, 그건 고사하고 자신의 문제이고, 자신의 일 인데도 후안무치한 언행과 뻗대는 몰염치한 태도는 참 사람이 안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들 때도 많음을 본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인권위’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수장이 염치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필자는 실망스럽다. 그리고 참으로 유별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권위원, 전문위원, 자문위원 등 구성원들의 줄 사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당당함이 아니라, 비겁하고 몰염치한 행동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당위성을 논하기 이전에 책임성을 따지기 전에 중요한 인권을 다루는 국가기관을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만든 장본인으로서 억울한 측면이 있을 런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사태를 수습해야 할 터인데, 요지부동이니 딱한 노릇이다. 이 정도의 사태라면 얼른 책임지겠다고 나설 법도 한데, 인간적으로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일전에 어느 스님으로부터 들은 한 말씀 중에 ‘염치없는 사람’을 불교에서는 가장 더러운 사람이라고 한다는데, 후안무치하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더러운 사람이라는 뜻이니 이 얼마나 심한 욕설(?)이란 말인가.

탈세, 병역기피,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고위직에 임명된 사람들도 그렇거니와, 책임 있는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의 유별난 버티기가 통하는 세상이라면 어디서 국민들은 위로를 받고, 희망을 찾아야 할지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진솔하게 사과하는 자세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당사자로서도 그만두고 싶고, 고문처럼 느껴져 괴로워하면서도 맘대로 할 수도 없는 사정도 있으리라는 일면, 이해는 하면서도 비판여론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외면하는 일은 솔직히 아니지 싶다.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은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부터 먼저 염치 있는 사람이 돼야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진정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움 없는 당당함으로 자유 해야 떳떳하게 책무도 수행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범부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소위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더욱더 좀 염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게 큰 잘못도 잘못이지만, 작은 염치없는 행동하나도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매우 부끄러운 일로서 지양해야 할 덕목인 것을 보여주는 모범을 보여주는 어른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찬바람이 가슴속으로 숭숭 들어오는 계절에 염치 있는 따뜻한 사람이 그리운 세상이다. /이덕수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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