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은 손목을 잘라도 끊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른 어떤 것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국무총리 직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펴낸 2009년 사행산업백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마장, 경륜장, 카지노 이용객은 연간 누계로 3천만명 이상이다. 지난해 국내 사행산업 총 매출은 16조5천337억 원에 달한다. 불법적인 도박매출은 53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09년 도박중독에 대한 상담 및 치유 비용은 98억4천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초에는 강원랜드에서 수십억 원을 탕진한 사람이 대통령 암살 협박을 했다가 구속되는 등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강원랜드 주변에서 지난 10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39명에 이른다. 대박을 쫓다 쪽박을 차고 카지노를 전전하는 카지노 노숙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초점 잃은 눈동자로 단 한번 배팅은 곧 대박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한국 사회는 도박공화국이라고 말할 만큼 도박이 아주 심각하다. 실제 도박 중독자 수가 성인 인구의 9.3%에 해당하는 320여만 명이며, 국내 전체 레저시장에서 사행성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1.3%나 된다.
실제 영국 등 외국에 비해 5배나 높은 상황으로 특히 전체 성인의 1.7%에 해당하는 50만 명은 시급한 치료가 필요하다.
2009년 사행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사행산업의 매출액은 16조5천300억 원으로 2000년 6조6천900억 원 대비 약 250%증가했다. 특히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카지노에 참여한 연간 이용객수는 3천735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한꺼번에 돈을 벌려고 하는 일확천금심리가 사회에 확산돼 있다. 이런 실태를 반영하듯 합법 사행산업기관의 매출은 지난 10년 사이 4배나 뛰었다.
인터넷에서는 무제한으로 돈을 걸 수 있는 불법 인터넷 경륜과 경정 사이트 400곳이 영업을 하며 오늘도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판돈을 키운 강원랜드만 연 매출이 1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한 번에 걸 수 있는 최대한도는 1천만 원에서 지난해 베팅 한도가 6천만 원으로 무려 6배로 높아졌다. 대표적 사행산업인 카지노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조항이 없다보니 대책이 없어 당국의 보다 강력한 감독과 제도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박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과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나 도박중독 치료나 예방 지원 체계는 미흡하기만 하다. 중독을 극복하려면 시설의 상담과 도움이 절실하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치유 센터는 전국에 세 곳뿐이다. 도박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예산도 미미하다. 사행산업체들이 도박 중독 예방과 치유를 위해 쓰는 예산은 순매출액의 0.1%에 지나지 않는다.
많게는 2%까지 예산을 지원하는 미국과 호주보다 20배나 적다. 도박시설 증가로 도박문제는 날로 커져가고 있는 데도 그 대처방법은 항상 제자리걸음이라 안타깝다.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세 곳 중 두 곳은 모두 강원랜드가 운영한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강원랜드가 설립한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이용자가 2009년 3천204명으로 지난 2008년 1천149명이 이용한 것과 비교하면 세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또 중독치료를 위한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도 1천100여 명에 달했고 인터넷 상담을 받은 사람은 150여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도박중독자수에 비하면 적극적인 의지를 읽기도 어렵다. 도박중독증은 자신의 의지로 도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완전히 상실한 상태이다.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의 도덕성, 재정상태를 파탄나게 한다.
뇌에서 다량의 도파민이 분비돼 순간적으로 큰 쾌감을 맛보고 요행과 대박을 기대하며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도박중독자들은 돈이 그들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며 또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연히 가족 및 지인들을 괴롭히게 되고 인간관계가 악화되며 더욱 고립되기 쉽다.
그러나 도박에 중독된 당사자나 가족 및 지인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도박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병인데도 도박중독자 스스로가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도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도박중독 예방 및 치료활동을 위해 이제 주무부서와 사행산업체 그리고 민간단체가 함께 사후관리 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도박중독의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가 나서야 할 시급한 당면과제이다./김경우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