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오래토록 지속하려면 능히 정보를 장악해야 한다. 이는 역사가 가르치는 교훈이기도하다. 세계의 패권국가인 미국의 정보력과 스파이 질은 어느 나라도 감당할 수 없다.
오늘날의 모든 국제, 국내의 크고 작은 일은 정보력의 정확함과 신속함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서고금에 훌륭한 권력자는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 아바스 왕조의 알 만수르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762년에 건설한 군주이다. 아바스왕조가 낳은 뛰어난 명군인 그의 통치스타일은 바로 정보력이다.
솔직히 정보라는 말보다 ‘스파이 정치’라는 말이 옳을 것이다.
바그다드의 성 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그였지만, 중요한 자리에 있는 모든 관리에 전담밀정을 하나씩 붙여 놨다. 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에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아들은 물론 친인척이라고 하여도 예외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공명정대(公明正大)!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지역의 지사가 사냥에만 열중해 공무를 소홀히 한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곧 그를 참형에 처했다. 알 만수르는 먼 지방의 법정판결이나 물가까지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었다. 왕자 무하마드가 동쪽 어느 지방에 총독으로 있을 때였다. 어느 시인이 왕자를 찬양하는 시를 지어 바쳤는데, 그 상으로 많은 돈을 줬다. 그 사실이 알 만수르의 귀에 들어가자 곧 신하에게 칼을 들려 왕자에게 보냈는데 신하는 왕자를 죽일 수 없으니 왕자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라며 시인에게 귀뜀해줬다.
그 사실도 알 만수르의 귀에 들어갔고 그 신하는 왕명 불이행으로 죽임을 당했다. 나라 안의 모든 관리들은 벌벌 떨었다.
나라 안에는 알 만수르가 천리 밖의 일도 다 알 수 있는 ‘마법의 거울’을 지니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알 만수르는 그런 소문을 오히려 부인하지 않고 즐기고 있었다. 또한 은근슬쩍 그런 소문이 널리 퍼지도록 해놨다.
관리들은 부패는커녕 치적을 올리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충성을 경쟁했다. 아바스왕조가 짧은 기간에 초강대국이 된 것은 알 만수르의 물셀 틈 없는 스파이정치 때문이라는 것은 중동사를 공부한 역사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여기에 버금가는 인물이 있으니 청나라 옹정제이다. 그 또한 스파이정치에 달인이었으며 스파이 정치를 펴서 명군이 된 그는 스파이 정치를 은근슬쩍 즐겼고 그런 인상을 주기위해 노력도 했다. 그는 주로 만주 팔기군을 스파이로 썼다. 옹정제가 다스리는 시절이 마작의 폐해가 심해 금지령을 내렸다. 왕운금이란 장원이 정초에친구들과 ‘금지된 장난’ 인 마작을 심심풀이로 했다. 마작을 하는 도중 패가 한 개 없어져 마작놀이가 중단됐는데 다음날 황제가 그를 불러 물었다. “경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가?”
그는 뜨끔했지만 숨길 수가 없어 그대로 자백하니, 황제는 정직함을 칭찬하고는 상으로 마작 패 하나를 건네주는데 이게 웬일인가! 어젯밤에 잃어버렸던 바로 그 마작 패 아닌가! 옹정제때 관리들의 치적은 당태종 때를 빼고는 중국역사상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스파이 정치는 만수르나 옹정제쯤 되는 뛰어나고 명석한 군주가 해야 효과가 있다.
지방정부의 관리들 기강이 엉망인데 스파이 정치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 힘없는 백성들의 여론에 귀 기울이고 하찮은 사생활이나 캐려드는 졸장부 짓은 인권침해이지만, 고관들의 비리나 부패는 스파이 정치를 해보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
괜스레 힘없는 국민의 사생활이나 캐는 권력의 정보력으로는 세계인들의 웃음거리나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세계는 지금 정보 전쟁 중이다.
세계 최대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한해 정보기관 운용에 쓰는 자금은 천문학적금액이라고 한다. 정보예산의 구체적 사용처는 기밀이기에 공개되진 않지만, CIA와 군에서 관장하는 정보작전에 쓰이는 예산이 상당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미국의 정보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정확하고 신속한 국가 권력의 정보력을 갖춰야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권력을 지탱해주는 힘도 정보력이지만, 권력의 모든 정보력은 국익을 우선에 둬야 하지 않을까 한다. /탄탄스님 대덕사주지 동국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