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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량안보와 애그플레이션

 

요즘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애그플레이션이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식량공급의 불안으로 야기되는 인플레이션을 일컫는 말이다. 맬더스의 인구론을 뒤집을 정도로 식량생산의 비약적인 증가가 오늘날의 풍요로운 사회를 가져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그 원동력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것이지만 최근의 세계식량위기(global food crisis)에 따른 애그플레이션의 원인이 과학기술발전의 정체라는 단순 결론을 내릴 정도의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애그플레이션을 불러오는 것 일까?

첫째로 빈번한 기상재해로 인한 식량공급의 불안정을 들 수 있다. 지난 2007년에서 2008년까지 Global Food Crisis(얼마나 심각하면 위기라고 표현할까?)에서 올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주요 곡물생산국의 기상재해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 등 먼 미래가 아닌 우리의 코앞에 닥친 현실이 됐다.

둘째,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석유자원의 고갈로 인한 대체 에너지원으로써 식물을 이용하려는 개념으로 Biofuel 이라는 용어와 만나게 된다. 전 세계의 경지면적은 산업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식량이 아닌 연료의 생산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셋째는 잠재적인 불안요소로써 중국과 인도 등 거대국가의 경제발전을 들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육류의 소비가 늘어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사료생산이 필요한데 보통 같은 양의 곡물을 육류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4배 정도의 면적에서 사료를 생산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의 추이를 살펴볼 때 메이저 곡물생산국인 이런 국가들에서 사료작물이 식량작물을 잠식하는 현상이 생길 것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왜곡된 국제 곡물시장구조를 들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곡물의 대부분을 몇몇 글로벌 곡물 메이저가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8년 곡물자급률은 26.2%로 OECD 31개국 중 28위의 최하위 수준인데 주요 곡물 수입 중 73%가량을 4대 글로벌 곡물 메이저와 일본계 종합상사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은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양이 매우 적어서 가격의 탄력성이 매우 낮아 위에 언급한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애그플레이션의 후폭풍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크다 할 것이다.

물론 해외농업기지 건설 등이 애그플레이션의 예방주사가 될 수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해외 농업기지 소재국의 자국이익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당장은 쌀이 남아돌아 골치인 우리나라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의 불안정, 슈퍼태풍의 발생, 병충해의 대량 발생 등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우리 목전에 다가와 있다.

단기적 처방으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 세계적인 식량부족이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지난 1990년대 말의 IMF 경제위기를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주곡인 쌀의 안정적 생산이 IMF 위기를 벗어나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식량안보를 다시 생각해 본다.

자유무역의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 값싼 외국 농산물 대신 비싼 국내산을 먹어야 하는 이유로 식량안보라는 경제와는 동떨어진 개념을 차용했지만, 이 대응논리는 그동안 UR협상,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수많은 도전을 받아왔다. 상대적으로 비싼 소비재를 구매하는 것은 경제학 책에서 설명하는 원리를 벗어난 것이었지만, 이제는 경제용어로도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사고의 개연성을 짐작해 드는 보험이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헷지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 관료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경기를 일으키는 용어 중에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외에도 새로이 애그플레이션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농업을 위기로 몰아온 경제논리가 역으로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 세상이 됐다./강항원 농진청 신소재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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