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사망한 군인과 민간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아울러 중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도한다.
엉뚱하기는 하지만 이 글을 설문으로 시작해 보려한다. 다음 이름을 보고 들어본 적이 있거나 기억이 나면 1점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0점을 받는다.
그리고 받은 점수를 합산해 보라. 서정우, 이창기, 신선준, 박왕자, 윤영하, 조천형, 박정성, 유병하, 최규식, 이승복. 합산 점수가 5점 이상이면 기억력이 좋거나 애국심이 강하다고 생각하시고 그렇지 못하다면 실망하지 마시고 인터넷을 통해 이들이 누구인지 찾아보기 바란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대충 감은 잡았을 것이다.
이 이름은 모두 북한의 도발에 의해 희생을 당한 분들의 이름이다. 휴전 이후 북한의 도발일지를 살펴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큰 도발사건만도 청와대 습격사건,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이승복 사건, KAL기 납북사건, 서해 교전사건, 천안함 사건과 최근의 연평도 사건 등 다양하다.
독자들도 시간을 내어 인터넷(http://blog.daum.net/nokksh)에서 북한의 도발일지를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정작 이분들의 이름이 반짝하다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서해교전으로 전사한 윤영하 소령 등 6명의 추모비가 평택에 위치한 해군 2함대 사령부 기지 안에 있다면 누가 그들을 추모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북한의 도발로 사망한 이들을 위해 서울 한 복판에 추모관을 세우지 못할까. 군대를 가지 않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기 위해 그러는 것일까. 서울이 못한다면 경기도라도 발 벗고 나설 수는 없을까. 최근 천안함 전사자를 위한 추모공원과 추모비를 인천시와 경기도에서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너무 신선하고 반갑다.
언론이 연평도 사건을 다루면서 교전수칙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북한의 최초 사격이 있은 후 무려 13분이 지나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 있었다. 우리 군의 교전수칙에 의하면 4분 이내에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돼 있으며 이를 따랐다면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결국 교전수칙은 실전시 아무 소용도 없는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논리를 따지는 과학자로서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은 이것이다. 왜 굳이 대응시간을 4분으로 정했을까?
아무 생각도 없이 정한 시간이라면 당연히 이런 교전수칙은 폐기돼야 한다. 목숨이 오가는 실전 상황에서 군인은 훈련한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럴 때 평상시 훈련이나 수칙이 빛을 발하게 된다. 훈련받은 내용과 수칙을 무시하고 전쟁을 한다면 백전백패는 뻔한 일이다.
과연 이런 교전수칙을 만든 군인 또는 행정가는 장병들의 소중한 목숨을 헤아릴 정도로 신중했는지 묻고 싶다.
지금은 조금 시들하지만 맥도널드 패스트푸드 식당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대단했다. 이 인기의 이면에는 음식의 매뉴얼화가 있었다. 보통 식당 음식은 다년간의 경험을 지닌 주방장이 있어야 맛이 유지되고 손님이 모인다. 맥도널드는 갓 들어온 초보자라도 매뉴얼대로만 하면 다년간의 경험을 가진 직원이 만든 것과 같은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매뉴얼이 가진 힘이다. 반면 매뉴얼이 부실하거나 없다면 온갖 편법이 판 칠 수 있고 음식의 맛이나 질이 식당마다 달라질 것이다.
맥도널드에 매뉴얼이 있듯이 우리 군에도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군의 훈련, 교전, 심지어 승진 등에 관한 매뉴얼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하고 이 매뉴얼을 공개하고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통령조차 매뉴얼을 어기는 예외를 범하면 안 된다. 우리 사회 곳곳에 투명한 매뉴얼화가 돼 있지 때문에 아직도 편법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하기가 아직 낯 뜨거운 까닭이 진짜 선진국에 비해 이런 매뉴얼화가 덜 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느린 듯하지만 효율적인 선진국 방식을 보면서 아직 한국호가 갈 길이 멀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