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게임에 중독된 한 중학생이 이를 나무라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게임에 빠진 젊은 부부가 3개월 밖에 안된 딸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터넷과 게임 때문에 일어난 많은 끔찍한 사건이 올 한 해 우리를 놀라게 했고, 그만큼 사회적 우려도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미 청소년들의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해 왔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특히 초등학생의 인터넷 중독이 늘어나는 등 저연령화 되고 있고 청소년 인구의 14% 정도인 약 100만명의 청소년이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이라고 한다.
높은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과 게임 시장 증가에 비례해서 청소년 인터넷 게임 중독 위험군 증가와 청소년들의 성장 환경 악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우리는 이미 2조원 이상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인터넷이나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과 학업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개발·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이미 청소년에게 중독 증세가 상당히 깊이 해를 끼쳤고 성장 발달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주위의 부족한 경우에는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이 그대로 방치되고 악화될 수 밖에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게임 중독자의 뇌는 마약 중독자의 뇌와 유사한 양상을 보여 물질남용, 충동조절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때문에 게임업체들도 자율적으로 피로도 시스템과 같이 게임 과몰입 예방책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려운 게임의 특성과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미봉책일 뿐이다.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에 대해 그들의 가정 환경이나 사회성 결여와 같은 개인적 특성들이 중독의 원인으로 많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늘어나는 중독자의 절반 이상인 100만 이상의 아동이나 청소년들이고,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저연령화와 중독 상태의 심각성이 점점 더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관련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에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게임 사이트 가입시 친권자 동의, 친권자의 요청에 의한 이용시간 및 방법의 제한, 청소년의 수면이 보장돼야 할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접근 제한 등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담긴 대책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 개정안에는 또한 관련 위반사항에 대한 벌칙 조항이나 중독 피해 청소년에 대한 재발 예방, 치료 등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청소년 건전 육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제시한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우리 청소년에게 미치는 인터넷 게임 중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독에 빠진 청소년의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우리가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피해 방지 대책과 함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바로 다양하고 건강한 청소년활동이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 등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방지장치를 확실히 마련하고, 나아가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청소년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데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학교측에서는 내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함양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 청소년도 고립감에 빠지거나 자존감을 상실하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전명기 한국 청소년활동진흥원 활동진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