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지난 9일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 더 큰 경제력을 갖고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들과의 간담회자리에서다. 또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철벽에 둘러싸여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던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한민국이 잘 살고 있는지를 알기 시작했다”며 “이는 중대한 변화로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은 아래로부터의 북한체제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3일 사회통합위원회 회의에서도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은 북한 지도자의 변화보다도 주민들의 변화”라면서 “역사상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수 있는 어떤 권력도 없다”고 말한 바가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TV드라마 DVD 등을 통해 남한의 패션 트렌드, 헤어스타일 같은 일상적 생활문화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탈북자단체인 ‘성통만사(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가 지난 10일 ‘북한판 한류열풍,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공개한 탈북자증언 동영상이 그것이다. 이 동영상에서 지난해 3월 양강도 혜산시에 살다가 탈북했다는 김은호(가명·38)씨는 “황해남도 연안에서는 남한의 공중파 방송을 쉽게 시청할 수 있는데, 그쪽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연설도 생중계로 봤다고 한다”면서 “북한 주민의 99%는 한국 드라마를 적어도 한 두 번씩 봤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지난해 8월 탈북한 신의주 출신의 이성일(가명·23)씨는 “드라마 속의 남한과 내가 사는 곳이 너무 달라 호기심이 일었고 남한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젊은 층의 경우 머리 모양만 보면 한국 드라마를 봤는지 알 수 있는데 (당국이)사회주의식 머리모양을 해야 한다고 아무리 교육해도 별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등 북한 사회 변화에 대한 증언은 계속됐다. 이에 대해 ‘성통만사’의 김영일 대표는 “한국 문화가 북한 사회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적’이었던 대한민국이 ‘우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결국 통일의 주역도, 대상도 모두 북한 주민인 만큼 주민들의 마음을 더 강하게 사로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맞는 말이다. 이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발언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의 권력층은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절대 포기하려 들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통일을 위한 답은 하나다. 바로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