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인터넷판에서 인터넷의 발달로 지난 10년간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15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먼저 ‘나인 투 파이브(9 to 5)’라는 정시 출퇴근 개념이 깨졌고, 비디오 대여점도 인터넷의 피해자가 됐다. /학생들의 집중력도 산만해졌고, 예의 바른 태도도 온라인의 익명성으로 거칠어졌다./CD와 전화번호부, 편지 쓰기도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음악을 다운받고, 전화번호부를 뒤지기보다 구글을 통해 찾는다./이별 편지도 페이스북에서 간단히 해결한다./프라이버시도 사라졌다. 온라인을 통한 소문과 주장이 범람하면서 사실(fact)도 실종됐다./뿐만 아니다. /폴라로이드와 필름과 백과사전, 졸업앨범도 인터넷 때문에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또 포르노물의 범람으로 스트립쇼나 성인용 영화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경제학자인 장하준은 최근 펴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고 말한다./변화를 인식할 때 우리는 가장 최근의 것을 가장 혁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내용을 잠시 빌리면 ‘예를 들어 최근의 전자 통신 기술상의 발전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19세기 후반의 진보만큼 혁명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인터넷 혁명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만큼 크지 않았다./가전제품은 집안일에 들이는 노동 시간을 대폭 줄여줌으로써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을 촉진했고, 가사 노동자 같은 직업을 거의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얘기다./우리나라에서 첫 선을 보인 국산 세탁기는 1969년 5월, 금성사(현 LG전자)에서 만든 ‘백조세탁기’다./그러나 일반 가정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그 전에는 탈수기능만 갖춘 ‘짤순이’ 한 대만 들여놔도 주부들은 행복했다./인터넷은 이보다 10년 뒤인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화 됐다./
장하준의 지적대로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들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도왔다면, 인터넷은 요지경 세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