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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민여러분들께 죄송합니다

 

연말을 앞두고 국민들께 또다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군사정권때도 없던 예산안 날치기가 3년 연속으로 벌어졌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돼버렸다.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여야를 떠나 입이 열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필자 역시 그 ‘난장판’의 한 가운데 있었다. 야당의원으로서 여당의 날치기를 막기 위해 몸부림을 쳐봤으나 중과부적이었다.

더욱이 이번 날치기는 내용을 뜯어볼 수 록 더욱 참담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삭감을 주장하던 4대강 예산은 거의 원안대로 처리가 됐으며, 소위 ‘형님예산’이라 불리우는 실세들의 예산은 대거 증액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를 했던 민생예산들은 여지없이 삭감됐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 218억도 삭감됐고,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비 338억도 전액 삭감됐다. 뿐만 아니다. 여당의 공약이던 양육수당 지원비 2천700억원도 삭감되고, 대학 등록금 지원 예산도 예외가 없었다.

또한 예산안과 같이 날치기된 안건들도 예사롭게 넘어갈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소 설비 수출을 위해 특전사를 파병하겠다는 UAE 파병 동의안이 날치기 처리됐다. 우리나라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라지만, 수출을 위해 군대를 파병하는 최초의 사례였지만, 이명박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날치기를 했다. 박정희정권의 월남파병안도 국회의 토론을 거쳤다는 사실이 씁쓸해질 뿐이다.

4대강 주변을 개발해 수자원공사의 적자를 메워주겠다는 친수구역특별법 역시 뼈아픈 법이다. 22조원을 들여 4대강을 파헤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강변으러부터 2~4㎞까지 친수구역으로 지정해 난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개발을 편하게 하겠다는 내용 외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제대로된 심의 한번 없이 날치기가 됐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공사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조원 이상의 개발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이를 합법적으로 허용해준 것이다.

이 외에도 서울대 법인화법, LH공사 적자보존법 등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한 법들이 한뭉터기로 날치기가 됐다.

한나라당은 어쩌려고 이렇게 무모한 날치기를 감행한 것인가. 국정운영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해서 뒷감당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한나라당은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지만, 헌정사를 돌아보면 야당이 예산안을 처리해주지 않은 역사가 없다. 예산안이 처리가 안 됐을 때, 새해부터 국정이 마비가 된다는 사실을 야당의원들도 모르지 않기에 최대한 협상을 하다 처리를 해주는 것이 헌정사의 관례였다. 더욱이 새해까지는 아직 20여일이 남아있었다. 올해는 정부가 그토록 신경쓰던 G20 회의와 갑작스런 북한의 연평도 도발 등으로 인해 국회일정도 늦어졌다. 야당의 요구는 충실한 심사를 하자는 것이었다.

지난 9일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해달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추태를 보였다. 심지어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무슨 내용이 들었는지 빠졌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한나라당 대표의 지시사항조차 누락됐다고 하니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이는 여야를 떠나 국정감시라는 국회의원의 본연의 역할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당이라 할지라도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행정부를 감시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여당이니 정부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할 일은 제대로 해가면서 도와야할 것 아닌가. 행정부는 행정부의 입장이 있고, 입법부는 입법부대로 역할이 있다. 무조건적인 편들기를 하려면, 의원직을 반납하고 청와대에 취업을 하는 것이 정도다. 국회의원들이 볼썽사나운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에 정말로 희희낙락하는 사람들은 소수의 권력 실세들과 무사안일에 빠져 권력에만 아부하는 부패한 관료들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 요즘처럼 부끄러울 때가 없었다. 다시금 국민여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전하며, 이와 같은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한다./백재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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