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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내도급 근로자 문제 해법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다 천안함·연평도 사태까지 국가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달 15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울산1공장의 핵심공정인 도어 탈부착 공정을 점거하고, 이달 9일 현대자동차와 협상에 나서기로 하기 전까지 24일 간 300여명이 점거 농성을 해왔다.

이번에 일어난 현대자동차의 파업은 이전의 파업 성격과 많이 다르다. 그것은 바로 파업의 주체가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노조가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파업을 주도한 비정규직은 어떤 근로자들인가? 그들은 바로 현대자동차내의 도급 근로자들(현대자동차의 직접 지시를 받는다면 파견으로, 직접 감독이나 지시를 받지 않는다면 도급으로 본다.)이다. 그들은 현대자동차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이지만, 현대자동차 공장내에서 일을 한다.

이번에 발생한 현대자동차의 파업이 아니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은 사내도급 근로자가 새로운 노사 갈등 및 노·노(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사태까지 온 데는 현대자동차의 책임이 있지만, 정부의 정책 역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규제에는 사유 제한, 기간 제한, 차별 금지의 3가지 유형이 있다. 그런데 같은 간접고용인 파견 근로에는 3가지 규제가 모두 적용되는 반면에, 사내도급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한마디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비정규직 보호관련 규제가 도입된 이후에 기업내의 사내도급 근로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파업은 지난 7월 대법원 판결이 불씨가 됐다. 대법원은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자동차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을 도급(하도급)이 아니라 파견근로자로 봐야 하며 파견법에 따라 현대자동차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원칙대로 해석하자면 2년 이상 고용된 파견근로자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에 ‘규제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필요성이 있다. 첫째, 규제가 지나친 파견근로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 해야한다. 지금은 특정한 경우에만 파견근로가 허용되는 방식의 규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 파견근로를 허용하지 않는다 해도 해당 직종의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방식의 규제가 비정규직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둘째, 사내도급 근로에 대해서 어떠한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가에 대해 우선적으로 차별금지 대상에 사내도급 근로자도 포함시키는 것이다. 고용 유연성 때문에 필요하다면 사내도급 근로자를 쓸 수 있게 허용하되, 최소한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생산 라인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같은 일을 하면서 단지 정규직과 도급 근로자라는 신분 차이로 차별 대우를 받아서야 되겠는가? 그런 차별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노동자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다.

셋째, ‘사내하청’ 문제의 축소판이 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파업은 노동계와 경영계 갈등 뿐 아니라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의 갈등의 소지도 안고 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외환위기 이후 단체협상에서 일정비율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채우는데 동의해왔다. 혹시 모를 구조 조정 우선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총파업에 나서려면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기존에 누리던 ‘파이(성과급, 연봉)’를 나눌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예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8일에 실시했던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의 정규직화 투쟁 지원에 나설지를 묻는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이 20.4%에 그쳐 파업이 부결됐다. 이번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자칫 노동계 안에서도 노·노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고용도 불안하고 임금도 적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기업경쟁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고용 혹은 임금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보호해 주는 것이 비정규직 대책의 기본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계는 파견근로 규제 완화에 대해 완강히 반발하고 있고, 경영계는 사내도급 근로 규제 도입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노동조합간의 갈등의 조짐도 보이고 있는 복잡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원칙을 세우기 위해 큰 틀에서 노사 합의를 도출해 내는 정부가 돼야 할 것이다./류병곤 단국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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