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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수출 강국, 독일의 힘

제조업 경쟁력 수출 견인
기업환경 벤치마킹 필요

 

글로벌경제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은 올해 사상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 경제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4%나 됐으니, 수출을 통해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들이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출의존형 경제 구조, 특히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로서는 수출주도 경제구조가 불가피한 전략이다.

 

 세계 각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가 독일이다. 독일 역시 우리나라 못지않게 수출의존도가 높다. 지난해에는 GDP대비 수출 비중이 33.6%로 우리나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2000년대 중반 까지는 45%가 넘는 기록으로 세계에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였다. 또한 독일은 세계 최대의 수출 강국이다. 비록 올해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세계 수출 1위국의 자리를 지켜왔다. 전체 취업자 중 수출관련 종사자의 비중이나 전체 부가가치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25% 수준으로 고용과 생산에 대한 수출의 기여도도 매우 크다. 1990년 통일을 이룩한 후 10년 동안 ‘독일병’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장기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고전할 때도 수출 만큼은 세계 1, 2위를 지켜냈기 때문에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고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경제규모면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중국(13억명), 미국(3억명), 일본(1억3천명)에 비해 약 8천200만 명으로 인구수도 훨씬 적은 독일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먼저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을 들 수 있다. 독일 수출상품의 75%가 자본재 및 중간재이다. 수출구조가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소비재가 아니라, 중간재에 치중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독일은 오히려 수출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 또한 독일하면 벤츠나 포르셰, BMW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처럼 자동차를 비롯한 기계, 화학제품 등 3대 제조업 품목의 비중이 전체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최종 소비자가 사용하는 상품을 제조하기 위한 중간재 제품인데다, 품질면에서 독일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다 보니 독일 기업들은 경기 변동의 영향을 덜 받고 출혈적인 가격 경쟁에서 자유로운 소위 블루오션에서 ‘조용히’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독일의 호이트(Voith)사는 고속철도연결기를 제작하는데, 독일의 고속철도인 ICE는 물론이고, TGV, KTX, 신칸센에 이르기 까지 전 세계 거의 모든 고속철도에 납품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의 고속철도 수주경쟁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서도 가장 확실한 고속철도사업 참여자인 셈이다.

 

호이트사의 주력 상품인 제지기계설비 분야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종이의 1/3이 호이트사의 설비로 생산될 만큼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설립된 지 100 년이 넘는 글로벌 기업인 이 회사가 지금도 비상장 가족기업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에 속한다는 점이다. 독일에선 이처럼 5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7%를 차지하며, 생산과 고용에 기여할 뿐 아니라, 수출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헤르만 지몬 교수는 규모는 작지만 해당 세계시장의 1위 기업이 될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을 선정해 ‘히든 챔피언’으로 명명했는데, 전 세계 히든 챔피언 2천개 중 1천300개가 독일기업이었다(참고로 미국 300개, 일본 100여개, 한국은 25개). 독일 학생들은 대개는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도 그 도시에 있는 기업에 취직해 평생을 고향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역동성은 떨어지더라도 돈독한 애향심과 애사심, 지역사회에 대한 기업들의 강한 책임감 등 장점도 많은 것 같다. 자원과 인구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여건 하에서 세계 최강의 노조,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비용과 인건비에도 수출강대국의 자리를 지키는 독일의 비결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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