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엘 갔다. 시절이 하수상하다고는 하나 어쩌겠는가, 천안함 폭침에 이어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또다시 충격에 빠진 서해 5도다. 갑작스럽게 연평도행을 결심하고 난 그 날, 사격훈련을 재개한다는 발표가 났다. 그러자 ‘팩트’를 확인하려는 신문, 방송, 통신기자들로 뱃길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눈발이 흩날리고 파도가 친다.
오전 10시에 출항한 배가 연평도 당섬 선착장에 시간은 예상보다 늦은 오후 1시경. 바닷바람에 섞여 더욱 거세진 눈보라 때문인지, 비장감마저 감돈다. 이내 날씨가 평온을 되찾자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가까스로 민박을 정하고 난 뒤 포격의 현장을 둘러본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포염에 그을린 소주병을 들어 보이며 “어,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고 했다던 구멍가게,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탄피라고 했다 해서 구설수에 오른 골목길, 포탄소리에 놀라 황급히 대피소로 달려가는 모습이 생생한 연평면사무소에 이르기까지, 현장의 모습은 그날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택가에 그렇게 포탄이 떨어졌는데도 주민들의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포격이 있던 시각,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업인 바닷일을 나가 집을 비웠기 때문이란다. 연평파출소 최두규 소장은 처음 포탄이 떨어졌을 때 오발 사고인줄 알고 본서에 곧 진상파악을 해서 보고하겠노라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화를 끊자마자 무차별 포격이 이어졌고, 갑자기 큰 혼란에 휩싸였다. 충격에 빠진 것은 사람들 뿐만이 아니다. 키우는 개가 궁금해서 잠시 들어왔다는 한 아주머니는 그 일이 있고 개도 얼마나 놀랐으면 며칠 동안 비실비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더라고 했다.
2010년 12월18일 연평도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연평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북한인민해방전선 회원들이 모여 북측의 연평도 포격을 규탄하는 내용의 전단 20만장과 동영상DVD 500장 등을 풍선에 매달아 날려 보냈다. 그리고 오후 4시에 인천으로 출발한 배편으로 32명의 연평주민이 떠났고, 현재 섬에는 97명의 주민들만 남았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