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화라는 말의 정의가 무려 150개가 넘는다고 한다.
어떠한 생각이나 느낌의 방식이 문화다. 이 말은 매우 범위가 넓고 추상적이다.
이에 비해 ‘문화복지’하면 구체적이며 실천적이다. 모호하고 복잡다기한 문화의 개념이 내 손안에 들어와 잡히는 듯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화의 정의를 ‘그 사회구성원 사이에서 묵시적으로 동의가 이뤄진 동일화 현상의 표출’이라고 했다.
이 때 동일화란 문화의 본질을 대변하는 말이다. 이건 그 문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지닌 공통된 성질의 통합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연발생적인 문화가 잡초라고 한다면 기획된 문화의 산물은 곡물이나 원예물에 비길 수 있다. 문화가 이렇듯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문화충돌’이니 ‘다문화’니 하면서 군사력, 경제력이라는 말처럼 문화력(文化力)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이 아닌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적 가치가 인류발전을 결정하며 시대를 지배할 뿐 아니라 한 나라의 정치·경제·사회적 성취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원시의회가 기존의 ‘문화복지상임위원회’ 명칭을 ‘교육복지위원회’로 바뀌려고 했다는 말이 들린다.
아마도 집행부의 문화체육국이 문화교육국으로 바뀜에 따라 의회차원에서도 교육을 상임위 명칭에 넣어야 하기 때문일 게다.
‘문화복지교육위원회’라 하면 너무 길다는 생각에서다. 국회는 어떤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로 가장 긴 상임위원회 명칭을 달고 있지 않은가.
수부도시-수원은 문화도시를 지향(指向)하고 있다. 정책의 키워드가 문화인데도 의회 상임위 명칭에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문화가 빠진다면 이에 걸맞지 않는 일이다. 검토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번졌으리라고 생각하고 싶다.
논의결과 최종적으로 문화복지교육위원회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잘한 결정이다. 21세기 최강대국의 가장 강력한 아이콘이 ‘문화’ 두 글자이기에 그러하다.
산업화 시대는 경제발전과 사회 간접자본의 구축 등 경제정책이 우선시 됐다. 후기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문화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문화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치를 정치로 해결하고, 산업을 기술로만 처리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문치교화(文治敎化)에 의해 문제를 해결한다.
흔히 말하는 문화주의는 법과 같은 외부의 질서가 아니라 마음을 지배하는 내면의 힘을 뜻한다.
이는 민주화와 정보화 진전에 따라 문화가 전면에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완성의 꽃은 문화이며 그 최종의 열매는 예술인 까닭이다.
미국사회학자 모니칸(Moynihan)은 ‘보수의 가장 핵심적인 진리는 사회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문화다.’라고 했다. 이는 문화적 요소가 정치·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소프트파워(soft power)로 상징되는 문화적 창의와 다양성은 국가 사회의 제반 영역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디자인과 디지털 콘텐츠로 대표되는 문화 창조과정과 결과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기업의 제품생산, 글로벌 경제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핵심요인이다.
이처럼 ‘문화’는 더 이상 정책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지 않다. 훌륭한 문화기반 시설과 문화활동이 존재하는 곳에서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삶과 분명히 다르다. 21세기에 ‘문화’가 안팎에서 논의의 중심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는 문화가 돈이고 예술이 첨단이며 디자인이 가치다.
세계적으로 문화·예술·디자인이 신성장동력의 주축이요 핵심이다. 문화란 정치·경제·사회의 여러 영역을 좌우할 거대한 독립변수로서 주목의 대상임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