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도시 대부분은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층, 즉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덮여져 있다. 따라서 하늘에서 내린 비는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그냥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내려가 버린다. 이로 인해 심각한 물순환의 왜곡현상을 초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도시와 공단지역의 투수층이 사라졌기 때문에 지하수 급감현상이 나타났고 하천의 건천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물은 도시의 홍수도 초래한다.
따라서 일본은 일찌감치 빗물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도쿄 등 대도시 지하에 엄청나게 큰 규모의 빗물 탱크를 만들어 도시 홍수도 예방하고 물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도쿄돔은 천장의 빗물을 저장해 이용하기도 하고 일반가정에서도 빗물을 모아뒀다가 수동펌프로 퍼올려 채소밭에 주거나 비상시에 식수로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극소수 개인을 제외하고는 빗물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실정이었다.
그러나 수원시가 지난 11월23일 ‘레인시티’ 프로젝트의 첫 사업으로 수원종합운동장에 빗물 1만4천톤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완공함으로써 본격적인 빗물이용 시대가 시작됐다. 수원시 관계자는 종합운동장 내 3곳에 설치된 저장시설에 물을 모두 채우면 1년 동안 사용되는 운동장 용수의 80%를 공급해 6천여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또 택지개발지구와 재건축·재개발조성예정지 등에도 빗물 저장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는데 현재 광교신도시에는 현재 아파트단지 14곳과 공원 3곳 등 17곳에 모두 2만8천톤의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저장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한다.
수원시는 앞으로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레인시티 사업과 병행, 오는 2020년까지 물 자급률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레인시티사업이 수원시 한 곳에서만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물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는 터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시바삐 빗물저장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돌발성 강우에 대한 침수피해를 줄임과 동시에 지하수 보충과 하천 건천화 방지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꼭 필요한 일이다. 또 저탄소 녹색성장의 표본 사업이므로 정부와 각 지자체는 레인시티사업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