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에 다문화가정 자녀가 점차 늘어나면서 다문화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학교현장의 교사가 다문화교육의 핵심주체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가 다문화가정 자녀 연구를 수행하며 만난 외국인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교사에 관한 사연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있는 자신의 자녀에 대한 교사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에 마음 속 깊은 곳의 감사를 드러내기도 하고, 때론 교사의 무관심과 냉대에 대한 아픈 기억으로 진한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필자는 유럽국가 중에서도 유달리 외국인 차별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독일에서 유학하며 다문화가족으로 장기간 생활한 경험이 있다. 또한 딸아이를 데리고 미국에 단기간 체류하며 초등학교를 보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처럼 다문화가족의 절절한 사연들을 접할 때면 남다른 감회가 밀려온다.
2003년 필자는 오랜 연구원 생활 끝에 얻은 안식년 덕택에 모처럼 주어지는 여유로운 미국생활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이런 엄마와는 달리,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아이는 영어에 대한 부담과 학교생활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국행을 주저하는 눈치였다. 비행기 안에서 조차 걱정하며 한숨짓던 아이를 지켜보자니 필자 역시 우려되는 바가 컸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모녀의 불안과 염려는 다문화 지도역량이 풍부한 미국인 교사 덕분에 활기차고 흥미로운 미국생활 체험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한국학생이 숫자 계산에 능하고 수학 과목에서 뛰어나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초등학교 3학년 미국학생의 수학수준과 비교해 한국에서 갓 온 학생의 수학실력이 탁월했던 점을 부각시켜 선생님은 반 친구들 앞에서 딸아이를 한껏 격려해 주었던 모양이다. 영어가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관해 교사도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딸아이에게 발표하도록 해 반 친구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곤 했다.
한편 학교방문에 적극적이지 않던 필자를 현장견학이나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도움을 요청하는 형식을 통해 불러들이곤 했다. 대표적 한국음식을 몇 번 해다 나르고, 체험학습 현장에 선생님을 돕는 학부모 도우미로 자주 참여하게 했다. 우리 모녀에 대한 교사의 의도된 배려와 관심은 딸아이에게 학교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엄마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해 줘 아이의 학교생활은 마냥 즐거웠던 것 같다.
최근 필자는 다문화가정 자녀와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을 연구하면서 당시 딸아이 선생님이 지녔던 다문화적 지도역량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강점을 발굴해 표출하게 함으로써 자신감을 갖도록 했고, 외국인 어머니를 가정 밖으로 끌어내 자녀교육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아이의 원만한 학교생활 적응을 돕도록 했다. 담임선생님의 배려와 관심으로 자칫 힘겹기만 했을지도 모를 우리가족의 미국생활이 새로운 활력으로 넘쳐났다.
면담과정에서 먹먹해지는 가슴으로 필자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어느 외국인 어머니의 사연과 모습에서 오래 전 그 선생님의 고마움이 새삼 감동으로 다가왔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놀림 받고 선생님께 숙제와 준비물을 잘 못 챙겨가서 꾸중을 들었던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니까 많이 잊어버려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어요. 아이가 기억 못하는 건 다행스러운데, 엄마인 저는 아이와 함께 울던 그 때 그 기억이 잘 안 잊혀져요...”
다문화가족과 자녀가 조금은 덜 힘들게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에는 교사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기울이며, 다문화교육에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필자는 희망을 본다.
간혹 다문화가족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는 일이 생겨나곤 하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학교현장에서 선생님들이 다문화적 지도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먼저 교사를 위한 다문화교육을 더욱 확고히 할 때이며, 교사 대상의 다문화 연수가 다양한 방법으로 확대돼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