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잇단 설화(舌禍)를 보면 집권여당의 대표로서의 신중하지 못한 처세가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달 24일 연평도 피격 현장에서 ‘보온병’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안 대표가 한 달도 채 안돼 이번에는 ‘자연산’ 성희롱 발언으로 의원직 사퇴를 요구 받는 등 궁지에 몰려있다. 안 대표는 지난 22일 중증장애아동시설을 방문한 후 여기자들과 가진 점심식사 자리에서 “요즘은 성형을 너무 많이 하면 좋아하지 않는다”며 “요즘 룸(살롱)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당 관계자가 “요즘은 신토불이가 좋다, 신토불이라는 말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안 대표의 표현 수위를 낮추려고 했지만, 안 대표는 “난 얼굴의 턱이나 뼈 깎고 그런 건 잘 모르지만 코를 보면 정확하게 알겠다”며 거침없이 성형 관련 발언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보온병 발언과 관련해서 스스로 ‘보온병 안상수’라고 소개한다며 고등학교에 강연을 간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내가 ‘안녕하세요, 보온병 안상수입니다’라고 말했더니 다들 난리가 났다. 그렇게 나쁜 영향만은 아니라고 느꼈다”고도 했다.
안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은 일제히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최연희, 강용석 의원에 이어서 여성비하당 대표다운 발언”이라며 “안 대표의 발언은 여성비하 발언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여성을 정치인의 먹거리 정도로 아는 한나라당은 더 이상 국민 식탁의 안주거리도 안 되는 존재”라며 “(안 대표는) 그만 정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급기야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안 대표를 27일 열리는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이들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 대표에게 대표직 및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으나 수용될 가능성이 없자 윤리위 제소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안 대표의 발언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의원은 “뱉어놓은 말은 주워 담기 힘드니 정치인은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며 안 대표를 에둘러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막말 불감증’에 걸린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이러한 사려 깊지 못한 언행은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보는 것만 같다. 이참에 안 대표에게 ‘화종구출(禍從口出,재앙은 입에서부터 나온다)’이라는 좌우명을 단단히 붙여줘야 될 것 같다.
한나라당은 여자아나운서를 비하하는 성희롱발언을 한 강용석 의원을 제명한 바가 있다. 어찌됐든 안 대표로서는 스스로 거취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